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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명상: 고통? or 자유??

숲 속 명상으로 자연과 가까워지는 과정

오늘은 숲에서 하는 명상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니다.


숲에서 하는 명상이라, 왠지 명상하면 숲이 떠오르긴 하지만, 대부분 명상은 명상원이나 집에서 하시죠. 이상하죠? 석가께서도 예수께서도 야외에서 득도를 하셨다는데, 다들 방 안에서 명상을 합니다. 아무튼,


저는 숲에서 명상을 조금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체조였죠. 정확히 말하면 기공체조, 그중에서도 소림기공에 꽂혀서 거의 매일 삼십 분 정도 아침마다 근처 숲 속 아름다운 데크 위에서 기공체조를 했습니다.


제가 모시는 스승님은 소림 34대 제자인 얀신이라는 분이십니다. 환속하셔서 아일랜드에서 가정을 일구시며 이십 년 넘게 푸른 눈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신 분이십니다. 아직 실제로 만난 적은 없고, 온라인상으로, 채팅으로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정도이지만, 기공체조와 그 기저의 불교적 철학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으며 수행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kungfu.life를 찾아보세요. 바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렇게 2020년부터 기공체조를 통해 숲 속 명상의 세계로 조금씩 빠져들어갔습니다. 사실 기공체조라는 것이 움직이는 명상에 가까워서, 기공체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명상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숲에서 명상과 기공을 하면서 저에게 닥친 가장 첫 번째 고난은 모기였습니다. 한여름의 아침, 숲 속의 데크에서 가만히 호흡에 집중하며 서있다 보면, 스멀스멀 모기들과 날파리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죠. 그리곤, 즉흥적인 흡혈파티가 시작됩니다. 아주 스폰티니어스 한 뱀파이어파티라고나 할까요. ㅎㅎ


처음에는 기피제를 뿌리고, 바르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지만, 모기는 쫓았을지 몰라도, 명상은 엉망진창, 그야말로 난장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부님께 여쭤봤죠.

“숲 속에서 수행을 하려고 하는데 모기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여름에 숲에서 명상과 기공수행을 하는 것이 제게 좋은 일일까요, 아님 해가 될까요?”

“if you are strong enough its very good for you but if you not better in your room"

아일랜드에 사신지 이십 년이 넘으셨지만 아직 복잡한 영어에는 서투셔서 오고 가는 대화가 비교적 단순하고 직설적입니다만, 스승님의 뜻은 충분히 이해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숲의 아름다움 속에서 하는 기공과 명상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만끽하게 되는 그 즐거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욕망 그 잡채!! 명상과 한참 떨어진 이야기지만, 저는 그 고요함과 자연이,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황홀감들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기약을 뿌려가며 기공과 명상을 간신히 간신히 하고 있다가 만난 분이 바로 아잔차스님이십니다. 지금은 이 세상분이 아니시지만, 그분의 말씀은 책으로 전해져내려오고 있죠. 저는 ‘아잔차스님의 오두막’이란 책을 통해서 처음 뵙고 감명을 받아서 이후 꾸준히 말씀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 아잔차스님의 제자 중에 아잔 브람이라는 영국출신 스님이 계신데, 그분이 전하시길, 아잔차스님은 한여름이면 일부러 모기가 가장 많은 숲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가서 명상을 시키셨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야말로 피바다가 되는 거죠. 스님들은 자신의 생피를 숲 속 모기들의 새 생명잉태에 고스란히 보시하시며 호흡에 집중하셔야 했다고 합니다. 육보시 바로 그 잡채...


그런데, 과연 왜? 아잔차스님은 하필이면 모기가 드글대는 여름의 숲에서 사랑하는 제자들을 명상하도록 시키셨을까요? 변탠가요? SM 마니아?? 그건 당연히 아니겠죠. 아잔차스님은 생불로 받들여지시다가 돌아가신 몇 안 되는 존경받던 스님 중 한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글만 봐도 그분의 경지가 느껴지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스님은 아끼는 제자들을 모기밥으로 만드시며 미소 지으셨을까요? 그건 바로 모기에게 뜯기는 그 고통을 바라보게 하기 위함이셨습니다. 한여름에 옷을 꽉꽉 껴입고 좌선하라고 하거나 아무런 준비 없이 몇 시간 동안 대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도록 시키시는 것 등의 이유도 같습니다.


다시 말해, 명상이라는 것은, 자신의 망상과 감각을 살피는 것입니다. 명상을 통해 얻어지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지닌 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감각과 생각을 바라보며 관찰하고 이해하는 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것을 통해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 신성한 본연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명상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을 통해 삶의 무상함과 끊임없이 변화함을 이해하고 피아의 구분이 스스로 사라지는 경지를 아라한이라고 합니다.


숲 속 명상을 이야기한다면서 또 이야기가 한참 삼천포로 빠져버렸네요. ㅎㅎ 병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병이에요. ㅋ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모기에 물리는 것을 명상교과서라고 생각하고 집요하게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모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신기하더군요.


그리고, 더 신기한 건 모기가 덜 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유레카! 더 이상 모기기피제를 뿌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점이 제게 오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숲에서 모기기피제를 뿌리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숲체험수업을 할 때마다 옷과 모자를 기피제로 절이다시피 했었는데, 더 이상은 그런 초짜느낌의 행위를 하지 않게 된 것이죠.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숲 속 데크나 바위에 앉아서 명상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모기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벌레들도 숲에 산다는 것이었죠.


오분, 십분, 십오 분... 그렇게 숲 속에 앉아있다 보면, 벌레들이 몸에 앉습니다. 얼굴에도 앉고 목에도, 팔에도, 발가락에도... 그렇게 서서히 나무가 되어가죠.


혼자 있으면 털어버리기라도 하겠는데, 명상수업의 강사로 앉아있으면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그야말로 타의 모범이 그럴 수는 없잖습니까... 흑, 이 또한 집착이고 상이고 에고인가요??


아무튼 그렇게 인고의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다시 또 하나를 배우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자정리 거자필반”

법화경에 나온다는 유명한 말이죠.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고 헤어짐 뒤에는 또 반드시 다시 만난다.


제게는 벌레들이 딱 그랬습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제 얼굴에 살포시 무언가가 앉아서, 타닥타닥 쪼물락쪼물락 거리며 그 주변을 잠시 맴도는가 싶더니, 또 조금 산보도 하시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르륵 날아가시더군요.


거의 예외를 찾지 못할 정도로, 벌레님들은 그렇게 잠시 머무르고 배회하시다 떠나십니다. 마치 우리의 마음이 그렇고, 우리의 감정이 그런 것처럼요.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더 이상 숲의 벌레들이 몬스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뭐랄까, 아기 같기도 하고, 그냥 꼬맹이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암튼 귀엽고 고요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숲을 떠다니고 배회하며 고요하게 살아가는 요정들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숲이 편해집니다. 편해진다기보단, 마치 성스러움 가득한 바티칸성당에 들어서는 기분이랄까요? 아님 명동성당이나 해인사의 경내를 걷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조용해지고 차분해지죠. 눈앞의 나무들과 풍경이 성스러운 성화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면 조금 오버일까요?


그렇게 숲은 제게 성전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거대한 신의 품속에서 걷는 손오공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손오공보단 삼장법사가 낫죠. 하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사실 손오공이나 저팔계 정도가 제 모습일 것 같습니다. ㅎ


오늘도 또 이렇게 자꾸만 삼천포에 빠지며 주제를 벗어나버렸네요. 하지만, 뭐 이게 제 모습일 것 같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생긴 대로 사는 거지.


주어진 시간이 또 다 되었는지, 이야깃거리가 고갈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흠, 어쩌면 숲 속명상 노하우 2탄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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