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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깨먹기

겨울계곡에서 고드름 따먹기


지난 며칠간 꽤나 추웠어서, 계곡이 꽁꽁 얼었겠거니 하고 돌아보니, 역시나 도깨비숲 입구의 넓은 계곡이 푸짐하게 얼어있었습니다. 영상에 가까운 맑은 날씨에 얼음까지 잘 얼어있으니, 아이들이 얼음놀이 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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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판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집어던지고 얼음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는 아이들이라, 뒤치다꺼리하느라 바빴던 날이었습니다. 망치며 돌덩어리며, 뭐든 얼음을 깨부술 수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잡고 바닥의 얼음을 깨부수며 신이 난 아이들에게 주의할 점 정도만 이야기 해주며 지켜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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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미터도 안 되는 짧은 길이의 얼음계곡이지만, 위치에 따라서 얼음의 종류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단단하고 매끈하게 얼어서 미끌거리는 얼음, 녹은 눈처럼 질퍽거리는 얼음, 얇게 얼은 살얼음, 작은 폭포에 만들어진 고드름줄기 등등 얼음이라는 이름으로 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얼음들이 다양하게 함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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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들과 한참 얼음을 부수다 보니, 계곡의 바닥과 돌멩이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야~ 바닥이다~!” 하는 아이들에게 “운 좋으면 돌멩이 아래에서 자고 있는 산개구리를 잡을 수도 있을 거다”라고 했더니, 아이들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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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산개구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을 만한 구석을 짚어주며 깨 보라고 했더니, 다들 아주 열심히 얼음판을 부숴나갔습니다. 하지만, 한겨울 얼음판 밑에서 잠자는 개구리를 잡기가 쉽지 않죠. 얼음이 몇 겹으로 층층이 얼어있어서 다 깼다 싶으면 또 얼음이고 또 얼음이고 그렇습니다.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옆새우 몇 마리와 각다귀 애벌레 한 마리에 만족해야 했죠. 하지만 개의치 않아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놀거리야 얼마든지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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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잡이도 시들해지고 미끄럼타는 것도 시들할 무렵, 뭘 할까 하는데, 깨끗하게 얼어있는 고드름이 보이길레 한 개 깨서 입에 넣어주니 ”정말 맛있는데요?!? “ ”달아요~!! “ 그렇게 이번엔 얼음 깨서 먹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한쪽에 깔끔하게 얼어있는 계곡물고드름이 주르륵 열려있었어서, 다들 하나씩 깨서 입에 물고는 ‘맛있다’를 연발했습니다. 맑은 계곡물이 달콤 하듯이 계곡물의 얼음도 깔끔하게만 얼어있으면 설탕물과는 또 다른 단맛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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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곡물 얼음과자까지 맛있게 먹고, 잠바가 젖을 정도로 뒹굴며 놀고나서, 슬슬 갈 때가 되어 주변을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싹 줍고 나서, 짐을 챙겨 엄마들에게로 돌아갔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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