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등산화가 정답일까요?
아이들과 숲에 놀러 갈 때 최고의 신발은 무엇일까요?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당연히 ‘등산화‘입니다. 수영하면 수영복, 스키하면 스키복, 등산하면 등산복처럼 등산화가 떠오르죠. 평생 단 하루 산에 가시는 분들도 등산을 해야 한다면 우선 등산화부터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등산과 숲놀이는 전혀 다른 활동이랍니다. 등산은 몇 시간씩 숲길을 걷고 바위 위를 오르내리는 활동이고 숲놀이는 숲의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며 흙과 물, 나무와 벌레들과 노는 활동이죠. 등산과 숲놀이 모두 활동적이고 숲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그렇다면, 숲놀이에 적당한 신발은 어떤 신발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봄가을엔 발목 위로 올라오는 고무장화
여름엔 발가락이 보호되는 크록스 류의 샌들
겨울엔 종아리까지 올라오고 안에 털이 가득한 방수부츠입니다
이들 모두, 등산화에 비해서 반의 반값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훨씬 더 쾌적하게 놀 수 있게 해주는 신발들이죠. 왜 그럴까요?
우선 숲놀이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돌아다니며 노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보통 숲놀이를 한다고 하면, 많이 걷지는 않습니다. 길어야 오분에서 십분 정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짧게 이동하고 오래 놀기를 좋아하죠. 오분만 걸어도 "언제까지 걸어야 해요?"하고 물어보기 시작합니다.
숲놀이의 또 다른 철칙이라면 '아이들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에 따라 활동방식을 정한다'입니다. 아이들이 걷기 싫다면 걷기는 최소화하는 게 기본이죠. 그래서, 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10분 이상 숲 속을 걸어 다니지는 않습니다. 대신 한 장소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놀게 해 주죠.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디에서 노는 것을 좋아할까요?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놀이장소는 물이 많은 곳입니다. 그다음으로는, 벌레가 많은 곳, 비탈진 경사면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숲놀이는 뭐니 뭐니 해도 물이죠. 그다음은 벌레와 흙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숲놀이장소에서 놀 때 과연 등산화가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거추장스럽죠. 등산화는 무겁고, 단단하고, 물에 젖으면 잘 마르지 않습니다. 흙이 들어가면 빼내기도 힘들고, 빨기도 어려워서 한 번 지저분해지면 늘 냄새나고 눅눅한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물에 젖은 등산화를 잘 관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고무장화나 샌들은? 물로 한번 쓱 닦아내면 새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무장화는 발을 뽀송하게 유지해 줘서, 한겨울에도 물 근처에서 놀 때는 두꺼운 운동화보다 더 따듯하고 쾌적하게 놀 수 있죠.
그럼 한겨울의 부츠는 어떤 것이어야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발목까지 방수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겨울에도 아이들은 계곡의 얼음을 깨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또 눈밭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둘 다 신발이 금방 젖을 수 있는 환경이죠. 그래서, 최소한 발목까지는 방수가 되는 부츠가 좋습니다. 아니라면 차라리 고무장화가 낫죠. 신발이 아무리 두꺼워도 젖어버리면 금세 발이 시려져서, 그럴 바엔 차라리 고무장화가 낫습니다.
또한 한겨울 부츠라면 안에 털이 빽빽하게 차있는 것이 좋습니다. 털이 많으면 신고 벗기 편하고, 습기도 어느 정도 잡아줘서 발이 뽀송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부츠 바닥에 털로 된 깔창을 깔아준다면 금상첨화죠. 털깔창이 깔린 부츠는 거의 훈훈할 정도로 발이 따듯하게 유지됩니다. 영하 15도 이하의 강추위에도 발가락과 바닥이 따듯하니 몸도 훈훈하게 유지된답니다.
TIP: 고무장화나 부츠는 한 치수 큰 것으로 고르세요. 고무장화는 너무 꽉 끼면 불편합니다. 부츠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정도 공간이 있어야 신고 벗기 편하고 더 따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