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빠는 뭔가 다르다
어제 오후 가족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분들이
저희 공간에 들어오셨습니다.
중년 여성의 표정은 싱글벙글.
무엇이 그렇게 좋으셨는지...
다큐멘터리 짬밥 20년,
첫눈에 직감적으로 한솥밥 먹는
가족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와 아들, 혹은
어머니와 딸?
그들의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
아니면 사위나 며느리?
그것도 아니면...전부 자식들?
어머니와 아들, 딸들?
순간 계산이 복잡해졌습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눈치 봐가면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예상대로 어머니와 두 딸이 맞았습니다.
생김새가 아무래도 닮은 데가 있었죠.
그렇다면 두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둘째 사윗자리가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를 했었나 봅니다.
그곳에 첫 사윗자리가 함께 한 것이죠.
사윗자리들 사이에 둘러싸여
어머님은 마음이 든든하셨던가 봅니다.
모스카토 달달한 와인 몇 잔을
드시더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김PD: 따님들 이쁘게 키우셨네요...
어머니: 그런가요? 애들 아빠가 더 좋아해요.
김PD: 그러실 것 같아요.
곧이어 두 딸의 아빠이자
자신의 남편이기도 한 한 남자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가족들 사이가 좀 남다릅니다.
오늘도 상견례 마치고 애들 아빠는
약속이 있어서 딸들만 남겨놓고
버스를 타러 먼저 갔어요.
그런데 헤어지자마자 딸들이
아빠를 그냥 혼자 보낸 게
마음이 걸린다며 다시 아빠가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지 뭐예요.
거기서 '아빠!'하고 깜짝 놀라게 해드렸죠.
아빠가 진짜 좋아했어요.
길거리에서 딸들이 아빠 목을 껴안고
뽀뽀하고...
우리 가족이 좀 유별나긴 해요."
버스 정류장에서 갑작스러운 딸들의
출현에 놀란 아빠.
남자는 그순간 얼마나 행복했을까...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샘도 났다.
딸 가진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는데, 바로 어제 그런 남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딱 그랬습니다.
사내 녀석들이란 게 원래 그렇긴 하죠.
무뚝뚝하고 거칠고 잔정도 없고.
하지만 사내 녀석들이기 때문에
꼭 그런 건 아닐 것입니다.
그런 자식들을 둔 남자를
마냥 부러워하기보다는
어쩌면 그런 자식들로 키웠던
한 남자의 속내 이야기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그가 아버지로서 자식과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로 그 속내 이야기 말입니다.
사람보다 더 강력한 문학적 소재는
없습니다.
어제 생면부지 한 남자,
바로 버스 정류장에서 딸들의
폭풍 허그와 뽀뽀를 받았던
그를 상상하면서 오늘 하루는
조금 의미 있게 나를 돌아보며
하루를 마감하려고 합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부럽고 아쉽고 샘나는 하루였다면
내일은 무작정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 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아나요? 갑자기 누군가
당신의 목을 부여잡고 빽허그라도
할지...
버스정류장에서 줄줄이 서 있는
아빠들을 상상하며...
글: 김덕영
김덕영, 그는 지금 서촌 골목길 까페 '김PD의 통의동 스토리'에서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글쓰기를 하며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김덕영 작가의 주요 작품들
서촌의 골목길 까페, '김PD의 통의동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