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문장을 사랑하는 이유는?
'김덕영의 인문학 여행' (73)
"나는 사랑하기에 사랑하며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한다."
(Amo quia amo, amo ut amem)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 중에서
제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목적이고
삶이 곧 사랑으로 충만한 인생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7세기 포르투갈의 신학자
안토니오 비에이라가 했던 말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시기에 인간들이 참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도 만들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모 퀴아 아모,
아모 우트 아멤'
비록 라틴어라고는
몇몇 단어 아는 게 고작이지만,
늘 이 문장을 입으로 뇌까릴 때마다
사랑의 숭고함을 깨닫곤 합니다.
마치 무슨 주술사들의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사랑하기에 사랑한다'라는
앞 문장을 떼어놓고 보면,
결국엔 나의 존재가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함을
알게 됩니다.
결국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장이었던 것이죠.
'나는 사랑하는 숭고한 존재인데,
너는 지금 어디서 뭘 하며 살고
있는 거니?', 하고 다그치듯이 말입니다.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한다'라는
뒷 문장은 앞 문장에 비해서
훨씬 현실적입니다.
여기서는 나 자신보다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랑이 주체가 됩니다.
나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라는
헌신과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기꺼이 옷을 벗어줄 줄 아는 이타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사랑의 본질을 또 한 번 강조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결국 '사랑하기에 사랑하며,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한다'라는 문장은
사랑의 주체인 나와 사랑의 대상이자
객체인 타인이 하나의 시공간을 통해
만나고 연결되는 거대한 개념적 운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문장이 지니는 위대함이고
역동성이겠죠. 제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내일 저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강연 준비하면서 참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어렵기에 어려웁고,
어렵기 때문에 어렵다.'
그냥 말장난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주제라서
어렵지만 보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연 준비를 하면서
사랑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인
동력의 상실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호화로운
배 한 척이 바다를 향해 출항을
하려고 하지만, 정작 그 배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없는 상황.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주저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에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동력 상실의 패러독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을 하길 원한다면,
'사랑하기에 사랑한다'는
사랑하는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과
만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뵙고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라.
그러면 그들을 진짜로 사로잡게 되리라."
- 오비디우스(Ovidius)
글: 김덕영
요즘 잘 나가는(?) 김덕영의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