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낭독극 '내가 그리로 갈게'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며...
풍경이 있는 낭독극
'내가 그리로 갈게'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낭독극 초유의 80분에 달하는
런닝 타임, 220여 장의 품격 있는
이미지들, 그래서 '풍경이 있는 낭독극'이란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던 공연,
2개월 동안의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고
연습에 몰두해준 배우들...
공연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공연이었다는
말씀들이었습니다.
연출을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
그보다 더 감사하고 뿌듯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임대표랑 다시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참 멀기 때문에
하루 쉬고 싶었지만 조금 참기로 했습니다.
다시 쓸고 닦고 통의동 스토리를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제 우리 배우 중 한 명이
두고 간 낭독극 대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구의 대본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 대본집 하나가
저를 가슴 뭉클하게 만드네요.
두 달 동안 들고 다니느라 손때가
묻고 너덜너덜해진 대본집이었습니다.
그 두 달의 시간 동안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무엇을 꿈꿨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를 감동시킨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코팅을 해서 포스터를 만들고
표지에는 낭독극 처음 시작하면서
만들었던 '제작 서포터즈' 모집에
관한 이미지가 붙어 있습니다.
참 고맙기도 하고...
무엇 하나라도 제작에
도움을 주려고 했던 그의 정성이
그 표지에서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꼭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는 법이죠...
그런 정성들이 모여서
이 공연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손을 잡아줬던 분들,
더 큰 무대에서 어서 공연해보라고
응원해졌던 분들,
그런 분들의 마음과 마음을 모아서
그래요. 조금 더 가보려고 합니다.
저 바다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폭풍우 비바람 거친 파도와
천둥과 번개가 와도 조금은
더 가보려고 합니다.
문득 저 손때 묻고 해진 대본집을
보면서 예전 우연히 발견했던
사진 한 장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지금에야 대한민국 휴대폰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휴대폰의 강국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휴대폰 강국들 사이에서
삼성이 작심을 하고 만들었던
애니콜 시리즈...
SCH-100, SCH-200, SCH-300...
시험과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애니콜이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은 SCH-600에 와서였다고 합니다.
무려 여섯 번 만의 도전 끝에 그들은
치열한 휴대폰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던 것이죠.
인터넷에서 우연히 그 시절 엔지니어들이
키판 안에 새겨 넣었다는 글자를 발견하고
참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
어쩌면 우리 공연에 참여했던
그의 마음도 저 휴대폰 키판 위에
글자를 새겨 넣었던 엔지니어의 마음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앞서가는 것이 남을 이기고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만이라 믿는
이 세상에서...
저는 앞서 가는 것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두렵고 무서워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운명이지 않을까...
그게 참 쉽지만은 않은데 말이죠...
그럴 때마다 저런 소중한 마음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천사처럼 발길을
가볍게 해줍니다.
'그러니 조금 더 가봐도 될 것 같지 않아...?'
오늘도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겠습니다.
약속한 대로 공연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덕영 - 풍경이 있는 낭독극 '내가 그리로 갈게' 연출가, 각본, 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