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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Oct 30. 2018

존버 정신 54년

하필 오늘 멈춰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포기할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오늘 멈춰야 할 일이 하나 생겼다.

몇 달째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좋은 소식은 고사하고 실망만 가득하게 생겼다. 평소의 생활 리듬을 고려하면,

한 이틀 정도는 기분이 울적하고 맘 상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언젠가 웃으며 오늘 일을 말할 날이

오겠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그렇게 실망스럽고 짜증 나고 조금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분통 터지는 일이었지만,

늘 그렇게 그때가 신비롭게도

일상의 작은 천사들이 '짠'하고 나타나는 순간이다.


뭔가를 '멈춰야 한다'는 것은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좀 심각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믿고 왔던 신념, 목표에 대한 집념,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열정,

뭐 이런 것들을 어느 한순간 '멈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 사업, 연애, 어떤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멈춰야 하는가?', '포기해야 하는가?'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자체가 이미

'멈추기 싫다'는 뜻이다. 당연히 포기하기는

더 싫다.


나도 그랬다.

내가 계획하는 '낯선 곳에 정착하기'라는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매우 절실했던 일 하나가

틀어졌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결국 '멈추는 것'에서

'포기해야 하나'라고 스스로 자문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내 노트북 창이 열리면서

문장 하나가 등장했다.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

그것이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바로 공자 님

말씀이었다.

원래는 영문으로 이렇게 '짠'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It does not matter how slowly you go

as long as you do not stop'

(멈추지 않는 이상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일의 순서와

과정을 되돌아보라는 기회의 신이 주는

손짓일 수 있다.

그렇게 믿고 멈춰야 할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자.

멈춰야 할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도 며칠 동안 그렇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누군가 이런 것을

'존나게 버티는 정신'이라고 가르쳐 줬다.

줄여서 '존버 정신'이라고 한다.

하긴 돌이켜 보니까 진짜 맞는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결국 성공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성공한 이야기들은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바로

그 정신이었던 것 같다.

바로 그 '존버 정신'이었다.

시간으로 계산해봐도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내 마음속의 기둥이었다.


멈추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천천히 가든

빨리 가든

가야 할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름답고 거창한 연극의

마지막 휘날레...

존버 정신 54년, 나에게 그건

이제 종교이자 신앙이 되었다.


혹시 나처럼 '멈춰야 할 일'이 생겼던

모든 분들과 함께 스스로 위로하는

순간이 되시길...


글: 김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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