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노년에 대한 편견이다.

by 김덕영

글: 김덕영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저자)

e-mail: docustory@gmail.com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


지난 편까지 우리는 인생에서 아주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서 성공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렇다면 이번 시간에는 어떻게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그것은 우리의 두뇌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두뇌의 능력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이제 더 이상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에 관한 이야기는 그저 아주 우연한 극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가능성이 되고 있다. 문제는 노년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편견과 인식에 있다.


지금 세상은 노인 천지로 변하고 있는데, 세상에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차 있다. 이런 모순도 다시 없을 것이다. 그것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문화, 지금 당장의 눈 앞에 벌어질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삶이 지배해 온 결과다. 20세기 초반까지 과학과 기술에 기초했던 산업문명 속에서 ‘노인이 된다’는 사실은 그저 폐기처분 혹은 교체 과정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노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앞장서서 퍼뜨린 사람들은 지성인들이었다.


과학계와 문학계에서는 뇌의 기능이 인간의 신체가 노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늙어가면서 기능이 감퇴되고 어느 순간에는 멈춘다고 믿었다. 심지어 21세기 초반까지도 인간의 뇌는 더 이상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피부가 다치면 새살이 돋고, 부러진 뼈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붙는다. 심지어 혈액도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인 뇌세포는 새롭게 만들어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여기에는 노년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악의적인 왜곡이 존재했다. 두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노화에 따르는 필수적인 현상으로 뇌기능의 감퇴를 주장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심지어 프로이드도 인간의 뇌가 50대 이후부터 쇠퇴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나이 50세가 되면 일반적으로 심리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신과정의 탄력성이 결여된다. 늙은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


그러다보니 두뇌는 10대에서 20대를 지나는 시기를 정점으로 최고조에 올랐다가 그 이후부터는 기능이 점차 감퇴되는 것으 로 여겨졌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 중에서 유일 하게 재생이 안되는 것이 바로 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뇌의 한계가 아니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스스로의 한계였다. 역설적이지만 프로이드의 유명한 저서들은 대부분 그의 나 이 65세 이후에 쓰여졌다. 프로이드 자신도 나이 들어 더 창조적으로 활동했다는 뜻이다.


노년에 대한 편견이 문제다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따지면 따질수록 그 근거가 빈약하다. 일종의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편견이 문제였다. 어쩌면 이런 노년에 대한 근거없는 사회적 편견은 사람들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죽음에 관한 왜곡된 욕망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뇌에 관한 연구들은 기존의 노년기 두뇌 기능에 대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두뇌 세포는 죽기만 할 뿐 새롭게 생성되지 않는다는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뇌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 본격화된 것이다.


노년기의 두뇌 활동에 관해서 평생을 연구해온 미국의 정신과 의사 진 코헨은 나이가 들어도 인간의 두뇌는 퇴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폈다. 그에 의하면 뇌는 결코 단 한번만 창조되는 일회용이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노년기 두뇌 발전의 4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의 뇌는 경험과 학습에 반응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롭게 발전한다. 둘째,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인간의 뇌세포는 계속 생성된다. 셋째, 나이가 들수록 뇌의 감정회로는 점점 성숙해지고 균형을 이룬다. 넷째,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두뇌의 좌.우반구를 더 균형 있게 사용한다.


특히 인간의 뇌세포가 나이가 들면 더이상 증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그전까지 뇌의 신경세포는 결코 재생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뇌세포는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낼 수 없고, 뉴런이 재생되지 않는다면 두뇌의 기능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새로운 실험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두뇌에 관한 비밀이 하나 둘씩 벗겨졌다. 1960년대 초에는 MIT 공대의 조셉 알 트만 박사 연구팀이 쥐의 뇌를 관찰한 결과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히포캠퍼스라는 뇌의 영역은 기억을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인데, 다 자란 어른 쥐들의 히포캠퍼스에서 새로운 세포가 형성되고 있음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 나이든 쥐들의 뇌에서 발견한 현상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쥐의 DNA는 인간의 DNA와 90퍼센트 이상 유사했기 때문이다. 나이든 쥐들의 뇌에서 새로운 세포가 생성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인간의 두뇌에서도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과학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기초로 해서 새로운 뉴런의 생성을 연구하는 학문에 ‘신경발생 neurogenesi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간의 뇌가 ‘회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 즉 늙은 개들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 아주 놀랍고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러던 중 1998년 캘리포니아 솔크 연구소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진행되었다. 생명을 지닌 채 분열과 증식을 계속하고 있는 뉴런 줄기세포를 할아버지들의 죽은 뇌세포 에서 발견한 것이다. 편견으로 가득차 있던 인간의 두뇌에 대한 오류와 거짓 정보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극적인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뇌세포 증식에 관한 연구가 본격화된다. 특히 뉴런 증식을 처음 발견한 프레드릭 게이지가 이 연구를 선도했다. 그는 실험의 성패를 확인하기 위해 ‘BrdU’라 불리는 뇌세포 염색물질까지 개발했다. 그것은 인간의 두뇌 안에서 일어나는 뇌세포의 증식을 찾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단서였다. ‘BrdU’는 살아서 증식하는 뇌세포만을 물들이는 아주 특이한 염색 물질이었다.


문제는 이 염색물질의 성공 여부를 어떻게 판가름 할 수 있는가의 여부였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살아 있는 우리 두뇌 속의 현상을 확인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인간의 두뇌를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실험대상을 찾아 고민하던 연구팀은 결국 임종에 가까운 환자들이 있는 병실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 죽음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노인들을 만났다. 그들 앞에서 자신들의 연구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개발한 'BrdU'라는 염색 물질을 뇌에 주입해서 뇌가 증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다.


엄숙한 시간이 흘렀다. 비록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환자들이었지만, 그들의 몸 속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실험이었다. 무엇보다 뇌에 염색물질을 주입하기 위해서는 환자들도 고통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망선고를 받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게 인간이다. 죽을 때까지도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긴 침묵 속에서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어느 날 환자들의 가족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가 당신들의 실험을 허락 하셨습니다.” 실험은 살아있는 동안 그들이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예정대로 실험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환자들의 뇌 속에 ‘BrdU’ 염색 물질이 주입되었다. 오직 뇌세포가 새롭게 생성되는 순간에만 뉴런을 물들인다는 그 물질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뇌 안에서 새로운 세포가 증식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환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연구실에 전해졌다. 그리고 사망한 환자들의 뇌가 실험실로 옮겨졌다. 실험을 위해 기꺼이 뇌를 제공해준 환자들을 기리는 엄숙하고 경건한 시간이 흘렀다. 조심스럽게 뇌가 절개되어져 현미경 아래로 옮겨졌다. 과연 그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임종 직전 그들의 육체는 병마와 싸울대로 싸워 더 이상 기력조차 없었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기 직전의 그들에게는 오직 고통과 절망만이 가득했다. 잠시 후 환자들이 제공한 뇌 세포의 표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한 연구원의 눈빛이 밝아졌다.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예상대로 임종 환자들의 뇌에서는 작은 세포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죽기 직전 노인들의 뇌에 주입되었던 ‘BrdU’라는 염색 물질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육체는 죽어가면서도, 두뇌의 세포들은 끝까지 살아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원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이며,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그 실험은 말해주고 있었다.


프레드릭 게이지의 실험은 인간의 두뇌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과학계에 남겼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들을 초월할 만큼 엄청난 잠재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날 현대 과학은 인간의 두뇌가 갖고 있는 1천억 개의 뇌세포가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현상들에 감탄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나이든 사람들의 뇌가 젊은이들의 뇌에 비해서 결코 기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에 두뇌는 좌,우반구 중에서 한쪽 반구만을 집중적으로 사용 하는데 반해서, 노년의 두뇌는 좌,우반구 양쪽 모두를 균형있 게 사용한다는 점도 최근의 새로운 발견 중 하나다.


이제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 따위는 깨져버렸다. 운동을 계속 할수록 근육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인간의 뇌도 쓰면 쓸수록 더욱 발전해 나간다. 인간의 정신 역시 새로운 일에 몰두하고 도전하면 할수록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임을 현대의 과학은 입증해주었다. 더 이상 나이 탓만 하면서 가능성을 덮어버리기에는 우리의 두뇌가 너무 팔팔하다.



스크린샷 2014-07-08 오후 1.48.20.png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저자 김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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