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작을 사랑한다

'도전적인 삶을 위해 낯선 곳에 정착하자' (1)

by 김덕영

도전적인 삶을 위해 낯선 곳에 정착하자(1)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성공한 것들의 80퍼센트 이상은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시작한 것들이었다. 이 말은 뒤집어 놓고 보면 머뭇거리고 주저한 일들의 대부분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귀가 엷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남의 말에 마음이 잘 흔들리는 성격을 뜻하는 말이다. 나도 그렇다. 늘 남이 말하는 것에 귀를 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하는 말, 특히 '신중해야 한다', '천천히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일들을 잘 고려해야 한다', 라는 말들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들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남의 말, 남의 평가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내 마음속의 나 자신과 만나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일단 여행의 목적은 '도전적인 삶을 위해 낯선 곳에 정착하자'라는 모토로 정했다. 사실 그 말속에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와 여행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50대 중반의 인생을 돌고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반환점을 좀 더 지난 시간쯤 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여러 가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몸은 약해지고 마음은 공허해진다. 한 마디로 모든 것들이 약해진다. 강한 자들이 살아남는 이 비정한 현실 속에 비춰보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하나다. 다시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하지만 근육을 늘리기 위해 무거운 역기를 들고 장거리 마라톤을 뛰기 위해 비싼 러닝화를 사는 것이 대안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역시 중년의 삶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마음을 단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오랜 일들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동안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던 그 모든 것들, 익숙해져 있는 것들과 결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는 고민하고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보다 빠르다.


우리는 늘 무언가 결정을 하기 위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사실 여기서 올바르다는 표현은 조금 조심스럽다. 결과를 보지 않고서 단지 실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바르다 그르다를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마음을 먹고 행동을 한다. 행동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틀린 행동을 통해 손해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 속에 살고 있다. 그러니 고민하고 판단하기 전에 기회가 날아가는 경우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지체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 머뭇거리는 순간에 이미 다른 사람은 새로운 물건을 세상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민으로 뜬 눈으로 지새운 밤들이 결코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패러다임 속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 변화의 패러다임 자체가 예전과 다른 세계다. 오히려 고민의 길이가 창조에 대한 열망을 식게 만든다. 처음 생각해낸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이 시간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둔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창조의 열정은 처음 시작한 바로 그 순간의 모멘트에서 가장 폭발력을 지닌다. 그 힘으로 멈춰 있던 기계가 돌아간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은 호기심이다. 그 호기심이 일을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시작'은 이 호기심과 용기, 열정이 가장 폭발력 있게 응축된 순간이다.


첫인상이 좋은 사람과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관계의 시작과 연관이 있다. 첫 만남, 첫 기억은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네트워킹이 중요해진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 시작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건을 파는 일이나 투자를 얻는 일도 그렇다. 처음 시작부터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들이 롱런하는 시대다. 처음 시작할 때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은 사업들이 오래가고 투자금도 많이 얻는 시대다. 이런 변화들은 '시작'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들이다.


어쩌면 그만큼 세상이 가볍고 단순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니 진득하게 앉아서 좋은 결과만 기다리는 일은 감나무에서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일 수 있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잘 익은 과일들을 찾아내야 한다.


과연 해 아래 새 것이 있을까? 완벽한 것이 있을까? 그리고 완성이란 무엇일까? 결국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개념은 결과에 대한 개념을 바뀌어 놓았다. 모든 사상이 그렇듯이 누군가 만들어놓은 디딤돌을 딛고 그 위에 올라서 세상을 본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어깨 위에 올라가느냐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현명하고 튼튼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보는 것이 곧 무너질 성벽 위에 올라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다. 완벽한 것은 완전한 것을 위한 과정이다. 완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결국은 늘 새로운 것들이 결합되는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조금 어설프고 부족한 것들이라도 계속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 삶에 '업데이트'라는 단어는 별로 의미조차 없었다. 완벽하게 만들기보다는 끊임없이 완성을 위해 수정을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을 내놓는 것보다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일단 세상에 뭔가를 내놓는 것이 현실적이다.


'나는 시작을 사랑한다'는 그 마음 자체가 우리의 삶, 우리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화한다. 주변 상황을 바꾸고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선물하는 것도 결국은 '시작'이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가슴 뛰던 바로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든, 무언가를 꿈꾸든, 시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시작의 열정에 담긴 순수한 진심만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뒤집어 놓고 보면 내가 실패한 것들의 대부분은 머뭇거리고, 고민만 하고,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던 열정의 나태함 속에서 일어났다.


글: 김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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