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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May 27. 2021

다큐멘터리 영화 '이상한 낙원'

1960대 재일교포 북송 사건의 배후에 얽힌 역사적 진실을 찾아서

그동안 '귀국선'(帰国船 )으로 준비해오고 있던 차기작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을 '이상한 낙원', (영어 제목 A Strange Paradise)로 변경하면서 다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합니다. 


영화 '이상한 낙원' 홍보용 포스터


Q. 영화 '이상한 낙원'은 어떤 영화?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무려 25년 동안 총 186회의 북송선이 니가타 항에서 북한의 청진 항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향했던 재일한인은 모두 9만 3,339명. 사실 그동안 우리에게 북송 사건이란 조총련과 만경봉호, 북한을 추종하는 일부 재일교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북한으로 이주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매우 달랐습니다. 2000년대 이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기밀 문서들이 해제되면서 북송 사건에 얽힌 진실이 하나 둘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재일한인들이 북송선에 올라 북한으로 이주할 당시, 북한과 조총련은 이 사업을 '귀국사업'이라고 불렀습니다. 일본 정부는 '귀환사업'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명칭만 조금 다를 뿐이지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북으로 향했던 전체 재일한인들 중에서 고향이 남쪽이었던 사람은 98퍼센트나 되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남쪽으로 왔어야 했을 사람들이 왜 북으로 갔을까? 그 안에 이 사건의 단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미 귀국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죠. 게다가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인 일본에서 폐쇄되고 억압된 공산주의 체제 북한으로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일어났던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습니다. 


과연 누가,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북송 사업을 추진한 것일까?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국제적십사는 어떤 이유에서 인도주의라는 미명 아래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주체가 되었던 것일까? 이번 작품은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60년 전 재일한인 북송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것입니다. 


Q. 제목을 '귀국선'에서 '이상한 낙원'으로 변경한 이유는?


몇 달 동안 스크립트를 준비하면서 사실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용하고 있던 '귀국선'이라는 제목이 왠지 모르게 너무 생경한 느낌도 있었고, 해외 시장 프로모션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귀국선'이라는 단어의 발음을 살려서 그대로 영어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Guikuksun'이라는 뜻도 발음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의미를 살려서 'Homecoming Ship'이라고 하기에도 만족스러운 제목은 아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너무 경쾌한 느낌이 강하면서 북송 사건에 얽혀 있는 모순과 비극성을 담아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스크립트를 쓰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인상적인 단어가 무엇인지 다시 원점에서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단어들이 떠올랐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어는 '지상낙원'이었습니다.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를 대외적으로 선전할 때 사용하는 '지상낙원'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처음 등장했던 시기가 바로 재일한인 북송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던 1959년 경부터였습니다. 


북한은 당시 조총련 기관지와 화보 등을 통해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전원취업이라는 구호 아래 대대적인 프로파간다를 전개했습니다. 귀국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던 재일한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결국 '지상낙원'이라는 구호만 믿고 북송선에 올랐던 거의 모든 사람들 앞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억압과 폭력,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지금도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해서 다시 일본에 정착한 200여 명의 재일한인 귀국자들, 그리고 그들이 경험했던 '이상한 낙원'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을 영화에 담아볼 생각입니다. 


2020년 개봉되었던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과 김덕영 감독

Q. 감독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영화인가?


2020년에 개봉했던 <김일성의 아이들>이 동유럽을 배경으로 한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시간을 10년 뒤로 이동해서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전개되었던 재일교포 북송 사건의 실체를 다루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작업 역시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북한 체제의 실상을 조명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본 속의 김일성의 아이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도 합니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북한 바로 알기 두 번째 시리즈가 되는 셈입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과 자료에 기초해서 스토리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루머나 감상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존재했던 당시 상황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증언에 충실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것입니다. 


Q. 제작비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는데...?  


돈 안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선뜻 투자를 할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김일성의 아이들>을 해외 배급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인맥들을 활용해서 이번에도 전 세계에 배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연히 작품의 퀄리티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작비 확보를 위해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특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나 기관은 없는 상황입니다. 혼자서 짐을 짊어지고 가기엔 조금은 벅찬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라고 믿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가 올바르게 인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거짓 선전에 속아 북송선을 타고 힘겨운 삶을 살았던 93,339명 재일한인들의 역사가 온전하게 복원되길 희망합니다. 뜻있는 시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 역사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작업에 함께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의 도움을 기다겠습니다. 


공식 후원 계좌:

국민은행 878301-01-253931 / 김덕영(다큐스토리)

Paypal 해외 송금 계좌: docusto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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