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은 모두 다르다.
가정, 교육, 관계, 사고방식, 감정의 흐름까지—
어느 하나 같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감히, 그 사람을 판단해도 될까?”
선택책임론을 생각하면서도 늘 마음속에 남는 질문이다.
책임을 말하기 위해선 선택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 선택이 이루어진 조건들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예전에 예비군 훈련을 빠질 뻔한 적이 있다.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
관련 안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 시기에는 나 스스로도 삶을 정리하고 돌보는 데 여유가 없었다.
만약 그 일이 실제로 문제가 되었다면,
나는 '법적으로는' 처벌받았겠지만,
그게 정말로 '도덕적 잘못'일 수 있었을까?
반면, 악의를 갖고 누군가를 해친 범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건 정보 부족이나 환경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인식과 선택, 의도가 담긴 행위다.
같은 '위반'이라는 결과를 가졌다고 해서
그 둘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모든 실수와 모든 악의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철학이 아니라 단순한 처벌이다.
우리는 자주 결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철학은 묻는다.
“그는 정말 그걸 선택할 수 있었는가?”
책임을 묻기 전에, 선택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는, 때로 비난보다 더 정직한 판단이 된다.
나는 아직도 완전히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친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싶다.
같은 결과일지라도, 책임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결국 이 철학은,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 위한 사유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