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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책임론 5편: 책임을 나누는 대신, 우리는 다정해질

by 빡빈킹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문장은 이제 내 안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선택 가능성과 조건의 조합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이 철학을 오래 붙들고 있을수록,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정말 이 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잣대와 기준으로 사람을 재단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고, 나도 모르게 책임을 물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그 한 문장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비난을 던지기보다,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그 선택을 했을까?"

책임을 나누는 것은 어쩌면 쉬울 수 있다.
기준을 만들고, 경계를 정하고,
그에 따라 무게를 재는 일은 논리적이고 명쾌하다.

하지만 다정해지는 일은 그렇지 않다.
상대의 사정을 상상하는 것,
그 선택의 맥락을 유예하는 것,
그리고 판단보다 곁에 머무르는 태도는 어렵다.

나는 이제 이 철학이
책임을 따지는 이론이 아니라,
그 책임 앞에서 멈춰 서게 하는 마음이었으면 한다.

책임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책임보다 다정함이 더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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