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가 '아버지 뭐하시는 사람인가?' 라고 물으면 항상 OOO에 다닌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 때는 아버지의 그 회사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을 고개를 끄덕였고, 그게 한 사람이 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방법이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는 아이에게 주변 사람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는데 OOO에 다닌다는게 제대로 된 대답인가?' '나는 OOO에 고용되서 일을 하고 돈을 받을 뿐인데...' 이 물음에는 나는 그냥 '회사원 입니다.' 가 맞는 거 같다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30여년 지나서도 신기하게 이런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는 은연 중에 내가 다니는 회사 또는 직장이 나의 모든 것,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다시 본질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과거를 내 머리속으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가 지금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의가 전혀 되지 않았다. 내 커리어가 10여년이 지나갔는데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그래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이유는 첫번째가 내가 내 커리어를 진심으로 설계하고 제대로 이어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딱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라는 정의를 내릴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 나는 다시 내 커리어를 생각해 보았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라는 정체성을 다시 세웠다.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라이센스로 정의를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캠프가 많지만 15년전 사회 초년생으로 막 시장을 나가려고 했을 때 나 역시도 취업캠프를 많이 참여 하였다. 그리고 당시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님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직장을 보시지 마시구요. 직업을 보세요'
'지금 당장은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나랑 정말 맞는 일을 찾아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 때 당시는 나 자신이 취업에 급해서 이런 말이 귀에 들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정년이 보장 되는 대기업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다 끝난다고 생각하여서 일단 들어가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을 했다. 이 역시 부모님이 그렇게 사셨고, 그렇게 살아가는게 당연하다고 어쩌면 머리 속에 딱 박혀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제 사회 생활을 어느정도 한 시점에 그 때 그 과,차장님이 하신 이야기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때의 과,차장님 역시 현재 시점에서 나처럼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어떤 깨달음을 전달해 주시고 싶어 하셨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역시도 최근 역할이 다르게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보니 이제 취업을 막하려고 하는 분들을 코칭을하고 만나게 되면 그냥 취업을, 그냥 회사를 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그 때 내가 진심으로 해드리는 이야기는 이 것이다.
'조금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거 할 수 있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정해보세요'
15년이 지났고, AI 시대라고 변화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어떤 직장을 다닌다는 이야기보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중요한 이유는 누구한테 '나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과정이라는데 더 의미가 있다라 생각한다.
취업이 정말 안되던 2010년 언제쯤 집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봤다.
'나는 정말 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거지?'
'내가 2020년 즈음이 되었을 때는 무엇을 하고 있으면 좋을까?'
그 때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은 나는 공대를 나오고 개발을 주로 공부를 하였지만 이 개발로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생각을 한 것이 이런 기술을 잘 사용하고 응용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내가 도출한 직업은 'IT 컨설턴트' 와 비슷한 업종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종이에 그 목표를 기반으로 역으로 내가 가야하는 길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현실을 열심히 살면서 언젠가 갑자기 그 생각을 하고 로드맵을 그렸던 것을 다시 보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딱 그렇게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슷한 그 길을 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내가 그렇게 결심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길을 가기위해 찾아 헤매였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누군가가 '나에게 무슨일을 하는 사람이세요?' 라고 물으면 담백하게 '기술사 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PM이라고 불러줘서 'IT PM 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데서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커리어를 막 시작하고 이제 성장해 가는 시기 무조건 좋은 회사, 있어보이는 회사에서 만들어 주는 직함이 아니라 적어도 내 스스로 이런 정체성 부터 만든 스스로의 직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나도 회사도 윈윈할 수 있는 그런 동력을 얻을 수 있으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