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자폐인 - 14 : 네가 본 사고관 그리고 그 실제 사고관
주위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자폐인들을 보면 순수하고 티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가 안에서 지켜본 모습은, 실제로는 할 것 다 하고 볼 것 다 보고 알건 다 아는 그런 존재들이었습니다. 왜 그런지 이야기드립니다.
다른 자폐인 출신 다른 인사들과 일하거나 회의를 할 때 봤었던 일은 주위의 ‘환상’을 깨는 것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자폐인은 그냥 만화 일러스트로 걸어놓은 것에 걸린 현상금 개념의 말장난 이런 것을 보고도 거의 재물을 밝히는 수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금이라는 게 좋은 의미가 아닌, 그 만화 시나리오에서는 오히려 ‘빌런’들이 내건 그런 것이었다고 하더군요. 즉, 그 시나리오를 알았다면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자폐인은 주식 이야기를 하던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뭐 이번에 주식이 어쩌고 저쩌고를 듣는 것이 가끔 보면 케이블 TV 경제채널의 주식투자 방송에서 말이 나오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특이하게 아직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자폐인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자폐인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기는커녕 자기 집 임대차 계약 같은 것을 맺어보기라도 했냐고 이야기를 해야 할 지경이니까요.
어떤 자폐인은 종교적으로 몇몇 부분은 광신자들이 보이는 태도와 비슷해서 저조차 ‘이것은 너무 무서워!’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저도 종교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성적인 신앙태도, 현실에 대한 존중, 유연한 사고관 등을 강조하는 종파인 성공회 소속인지라 가끔 ‘신학’과 ‘전례’(종교의식 구조 이런 것을 의미합니다)의 차이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해석이나 세계관에 대한 해석으로 가끔 논쟁 이런 것도 벌어질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성공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더 하면, 최근 대한성공회의 수도권 조직에 해당하는 ‘서울교구’에 있는 자폐인 청년 신자들에게서 제가 일종의 ‘영웅’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고 ‘서울교구 청년회장’ 격의 신자에게서 들은 적도 있었긴 하지만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신앙 문화는 그냥 조촐한 분위기에 피정을 보내는 등 조용한 신앙 문화와 신학, 즉 종교학이나 성경, 즉 경전 등에 대한 공부 이런 것에나 관심 있습니다.
어떤 자폐인은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를 매우 빨리 알아내는 바람에 저조차 “벌써 그렇게 되었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료로 제공되는 게임 추가 에피소드 출시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게임 관련 미디어 보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사안이었습니다. 물론 그쪽 시스템에는 공개되었던 정보였다지만 눈치를 못 채면 알기 어려웠던 내용이었고, 결국 저는 그 사실을 인터넷 검색을 한 뒤에야 사실이었음을 알 정도였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할 답은 어쨌든 출시는 되었으니 인터넷 게임 상점에 접속해서 주문하는 것뿐입니다.
어떤 자폐인은 가끔 인터넷에 떠도는 정치 댓글이나 정치 유튜버들이 이야기하는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정치 관련 토론을 할 때 함부로 이야기를 하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저조차 가끔 강경해지는 태도가 나오기도 해서, 오죽하면 예전 회사 사장마저 제가 보이는 몇몇 태도는 정치 댓글이나 정치 유튜버를 보는 듯하다고 했고, 정신과 의사도 “너무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도록 다른 이슈 등으로 시선을 돌리는 노력을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또 어떤 자폐인은 이념에 따른 행동이 철저해서, 몇몇 부분은 저와 통용이 되지 않는 부분도 한두 번 있어서 그런 일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이념에 대한 관념이 서로 다르다 보니 빚어진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특정 기업이 전개하는 여러 브랜드를 이용할 것인가 이용하지 말 것인가 이런 것까지도 충돌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 그 자폐인이 이념이 엇갈리게 되어 극단주의 단체에 들어갈까 봐 걱정하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저도 사실 몇몇 부분에서는 세상에서 자폐인들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일단 자폐인들이 술 안 마신다고 생각하기엔 저는 일단 의사가 부분적인 제한규정을 둬서 그렇게 크게 안 보이지 사실은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긴 막걸리 잘 마신다는 외국 미녀 주당인 그 유명한 따루 살미넨이 한국에서 막걸리 주점을 할 적에 자주 가서 마시고 그래서 그녀도 결국 인정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저도 인생 최초의 술친구가 바로 따루 살미넨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한규정이라고 해봤자 소주 이상 도수의 술과 혼자 술 마시는 것을 금지한 두 가지 규정뿐이지만요. 그리고 일종의 따루의 ‘로컬 룰’로 그녀의 주점에서 제게만 특별히 규정된 주량 제한이 하나 있었던 것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 주량은 거의 500ml, 거의 한 주전자 정도만 허용한다 이 정도였습니다.
제가 회사생활을 하면 회식 시간이 된다 하면 여건만 되면 좋아라 하기도 합니다. 회사 회식에 오라고 하면 기꺼이 가서 고기도 굽고 가끔 잡담 이런 것도 즐기기도 합니다. 아직 노래방 이런 것까지는 간 적이 없지만 사실 요즘 직장에서 그냥 가볍게 식사 한 번 하고 끝내자 이런 문화가 보급되면서 그런 것일 뿐이지만요.
제가 처음으로 봤던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상업적인 뮤지컬의 분위기는 사실 알고 보면 노골적으로 성적이거나 잔인한 부분도 나오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나마 이 이야기가 자기들 말로는 ‘Historemix’라고 표현하면서 ‘역사 속 이야기 뒤집어엎기’를 표방했었기에 일단 충격이 줄었습니다. 저도 그 뮤지컬의 주제가 된 모티프가 된 시대는 실제 역사에서도 잔인한 시대였다는 것을 알고 갔고, 뮤지컬의 분위기는 말이 뮤지컬이지 각 캐릭터에 유명 가수들의 이미지나 스타일을 하나씩 부여할 정도로 무슨 초청 가수 연속 콘서트 이런 분위기를 전제로 두고 제작된 것이라고 홍보가 되었고 실제로도 그런 전개로 진행되었습니다. 엔딩에서는 아예 그들이 자기들끼리 그룹을 결성하고 앨범까지 내겠다고 소리치는 장면까지 나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충격을 느끼거나 무리 없이 봤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러면서 자폐인들 치고 연애나 결혼 문제에 대단히 민감해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주위에서 누가 결혼하고 그런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대단히 민감해질 정도입니다. 심지어 학교폭력을 했던 가해자의 결혼 소식 때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쇼크’라고 의사가 말할 정도로 거의 쓰러진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진단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때가 2017년의 일이었는데, 지금도 연애나 결혼 문제는 ‘하고는 싶은데 상황이나 전재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오죽하면 ‘뭔 놈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말고를 해야 상황이 풀릴 것 같다’라고 한숨 쉴 정도입니다. 게다가 제가 일단 후보자로 낙점한 상대가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왔었던 러시아인이라 더 그렇습니다.
또 저는 여행지 리스트 이런 것도 몇몇은 뽑을 수 있어서 관심 있는 해외여행 후보지는 벌써부터 인터넷 지도에 ‘미래에 여기에 간다’라는 뉘앙스의 표시를 걸어놓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곳으로 며칠 놀러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타이베이, 런던, 도쿄 이런 곳은 다음에 가면 여행 제2차전이 될 정도이니까요. 이미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점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덕에 벌써 4만 점 가까이 되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내선을 넘어 동북아시아 국제선 정도는 무료 항공권이나 무료 좌석 승급 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저와 다른 자폐인들이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는 또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들도 나름대로 욕망이라는 것도 있고 알 것 다 알고 할 것 다 하는 그런 존재들이니, 세상이 자폐인들의 세계를 아직도 좁게 보는 것이 말입니다. 자폐인을 영원한 어린아이라고 묶기에는 이제 환상을 깨고 볼장 다 보는 그런 존재들일수도 있는, 그저 자폐라는 전제조건을 빼면 그 연배의 비슷한 삶이나 다를 것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자폐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때 쉬운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의 디자인을 어린이 같은 스타일로 디자인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업체들도 디자인 주의사항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사용할 것’ ‘이해하기 쉽게 하더라도 유치한 스타일로 하는 것은 금지’ 이런 디자인 규정을 둘 정도이기도 합니다. 자폐인에게 쉬운 정보는 그 실제 연령과 문화적 수준 등을 존중하라 이것입니다.
그 안쪽에서 자폐인을 보면, 결국 성인인 자폐인의 세계는 어린아이의 세계가 아닌 그 시절 다른 비자폐인의 세계를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한 세계였습니다. 제 세계도 몇몇 부분은 비자폐인들의 세계관과 닮았거나 아예 그것의 복사판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삶이 더 편한 삶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자폐인들이 생각하는 세계는 외딴섬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자폐인의 머릿속은 갈라파고스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외부 문화와 교류가 잦은 반도 지형의 문화에 가까웠을 뿐. 자폐인의 머릿속은 갈라파고스 제도가 아니라 어느 반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있는 자폐인 집단인 estas가 내건 사실상의 표어가 ‘우리는 외딴섬이 아니잖아요!’ 일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