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자폐인 - 13 : 자폐인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자폐인들의 고등학교 3학년 이후 운명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비장애인들과 달리 그것은 ‘선택받은 자의 특권’에 가깝고 운이 좋아야 전공과에 진학하는 것이나, 바로 취업에 성공하는 케이스를 빼면 그 뒤는 부모들의 대전쟁이 벌어집니다. 평생교육센터니 주간활동센터니 복지관이니 그런 곳을 잡아내는 데 성공하면 그 부모는 운이 대단히 좋은 것입니다. 그러지 못한 경우에 답은 부모가 거둬서 데리고 있어야 한다거나, ‘시설’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문제는 보호작업장처럼 외부에서 폐지 압력을 받는 곳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UN에서는 보호작업장이나 ‘시설’을 폐지하라고 요구해 온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자폐인들에 대한 몇몇이 생각하는 ‘최종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시설 수용’은 현재 거의 제한되고 있습니다. 장애계에서 하도 ‘탈시설화’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터라 이제 ‘시설 수용’ 카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탈시설화’의 개념에서는 강경 그룹에서는 아예 시설이라는 존재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을 정도라서 그렇습니다. 그 유명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바로 이러한 ‘탈시설화’에 있어서 ‘강경 그룹’에서 대표 집단입니다.
그러한 집단이 강경해질 정도로 ‘시설로 가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인데, 제가 지금 ‘시설’에 있지 않고 오히려 ‘선택받은 자의 특권’을 더 뛰어넘는 사안이 제 관심 있는 사안이라면 믿기겠습니까?
제가 요즘 관심 있는 사안은 대학 진학이라고 쓸 때 한 글자가 더 붙습니다. ‘대학’이라는 글자 바로 뒤에 ‘원’ 자를 붙여야 맞습니다. 네, ‘대학원 진학’이라고 써야 합니다. 아니? 대학 진학도 아닌 대학원 진학이라, 무슨 망상이라도 하는 것이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진짜로 이야기합니다. 네, 저는 대학 학부 졸업자라고 말이죠. 최근에 가서야 우영우의 학력 설정과 그 실제로 성취한 당사자이자, 제 친구이기도 한 윤은호 박사의 존재로 한국에서도 자폐인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우영우는 변호사이므로 현재의 체계에서는 로스쿨, 그러니까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은 ‘자폐인은 대학 진학보다 바로 취업하거나 평생교육, 시설 수용 이런 것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이들이 덤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발달장애인 전용 학과 정도나 대학에 간다면 뭐’ 그런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긴 발달장애인이 대학 학부를 졸업한 것이 뉴스거리가 이제야 겨우 조금씩 아닐 정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에는 학부 입학 자체가 뉴스가 된 적도 있었기는 합니다만 그렇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더 거대한 놀라운 사실도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교양과목에서나마 A+ 학점을 몇 번 받은 적 있었고 모든 학기에서 A 학점 이상을 거둔 과목이 적어도 1개는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요.
발달장애 관련 통계를 봐도 자폐인의 대학 진학 비율은 겨우 10%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어쨌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졸업률은 좀 더 낮아서 8% 정도(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2년 통계 기준)입니다. 그 의미는 어느 정도의 중도탈락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자폐인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자폐인이 대학에 아예 못 간다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을 뿐임을 제가 보증해 드립니다.
오히려 자폐인이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이유는 장애학생 전형이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 교육대학∙의과대학 등 일부 대학은 자폐인의 진입을 불허한다는 점, 자폐인 상당수가 대학진학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오기 어렵다는 점 등이 난제이긴 합니다.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 체계에서도 자폐인 학생을 위한 지원 방침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기도 하니 그것을 알 만합니다. 미국의 SAT 같은 곳에서는 자폐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침이 몇 가지 있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막상 대학에 가도 학습 지원 이런 것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대단히 난처해지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제가 대학에 갔을 때, 대학 교수들의 걱정 중 하나가 ‘어떻게 장지용을 지원할 것인가?’ 였을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되돌아보신 예전 학과장 교수는 “그때 장지용을 지원하기 위하여 엄청 힘들었었던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하셨을 정도입니다. 학생 복지부서에 가서 장학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등 엄청 일이 많았다는 뒷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을 정도이니까요. 유일한 다행은 공부에 대한 지원은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학 강의를 따라올 수 있는 학력이 보장된 상태였기에 강의는 어쨌든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이 대학으로서도 다행이었을 것입니다. 어차피 저도 그때 정시모집으로 대학에 갔으니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졸업반 시절, 학과에서는 한 가지 결의라도 있었다 합니다. “반드시 장지용을 졸업시키자!”라고 말입니다. 다행히 학점 이수는 잘 따라왔고, 당시 학교 규정이었던 영어 능력 인증은 대체과목 이수 및 지정 성적 달성으로 통과했습니다. 남은 것은 전공 특성상 존재했던 ‘졸업작품’ 심사뿐이었습니다. 왜 졸업작품이었냐면, 제 당시 전공이 사진영상미디어전공이었고 특히 예술사진을 전공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과였으면 ‘졸업논문’을 써야 했거나 ‘졸업시험’에 응시해서 통과해야 했겠지요.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1차 심사를 통과해서 최종 심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 졸업이 겨우 확정되었다 합니다. 그래서 2012년 가을에 졸업전시회에 출전하고 2013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그 이후 이야기가 바로 직장생활 이야기였습니다. 대학 졸업식날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외버스 안에서 첫 직장이었던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합류 요청을 전화로 전달받았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졸업 5일 뒤 바로 첫 직장인 한국장애인개발원에 출근한 것으로 지금의 직장생활 경력이 출발한 것입니다.
대학졸업도 10년이 훌쩍 지나고 이제 대학원에 대한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어떤 대학원 측에서는 ‘장지용이 온다면 환영할게요’라고 연락을 준 곳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생계를 안정시키고 와야 대학원에 올 수 있습니다’. 이것입니다.
이제 자신감도 쌓이고 경험도 쌓이니 대학원을 두드릴 시간이 된 것입니다. 자폐인들이 대학에 진학을 못 한다는 편견은 제가 이미 깨 드렸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만 달성했다는 자폐인의 박사학위까지 겨냥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해외의 자폐인들을 보고 놀란 것 중 하나가 의외로 해외에서는 자폐인의 대학 진학도 나름 있고 심지어 자폐인 의과대학생∙의사 전문 단체인 ADI(Autistic Doctors International)도 있는 등 자폐인들이 직접 자폐의 세계를 연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만나고 온 해외의 많은 자폐인들은 대학 졸업장이 하나씩 있었고, 제가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다고 페이스북에 이야기하니 영국 자폐인 친구가 축하해 주니 제가 “너도 학자금 대출 끌어다 썼냐?”라고 물으니 “사실 나는 두건이나 끌어다 썼어”라고 답해줄 정도였습니다. 그 영국 자폐인 친구는 생업으로 과학 선생님을 하고 있다 합니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또 영국 국왕에게서 OBE라는 칭호를 하사 받은 자폐인은 아예 박사학위에 이은 자폐 관련 활동 때문에 OBE를 받은 것이라 할 정도입니다.
이제 자폐인이 대학에 다닐 수 없다는 편견은 확실히 지워두시기 바랍니다. 자폐인들이 대학에 잘 다니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자폐인 그룹인 estas에 대해 어떤 회원은 “다른 장애유형까지 따져봐도 우리는 학력 수준이 다들 높다. 우리들은 대학 진학이 기본이니까!”라고 이야기했으니 말입니다. 단지 자폐인이 대학에 못 진학하는 것은 학업 능력 문제도 문제이겠지만 그 뒤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폐인들이 대학을 진학해도 대학 졸업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그러한 아쉬움만 남아있습니다.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자폐인의 대학 졸업 사실을 알리는 기사에 으레 ‘어머니의 희생’ 이런 것이 따라붙는 것입니다. 같이 대학에 붙어서 다닌다 그런 이야기 이런 것으로 아는데, 이것이 단골 멘트가 될 정도로 신문기사에서 상투적으로 쓰는 이야기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자폐인의 대학 졸업 성공은 어머니의 희생 이런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저는 다른 자폐인들이 인생에 있어서 더 많이 대학 캠퍼스를 거쳐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폐인들이 대학이라는 ‘요즘에야 알려지는 세계’에 가게 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입니다. 인생 최고의 경험을 대학에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대학 시절 못했던 것들도 정산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버킷리스트가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대학 말고 대학원’을 향해 갑니다. 한국 자폐인들이 아직 제대로 가지 못했다는 또 다른 낯선 세계를 향해 말입니다. 과연 저는 한국 자폐인 2호 박사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몰라요!
《파란만장 자폐인》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타까운 소식은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새 기능인 '연재 브런치북'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소식입니다. 시스템 규정상 이미 발행된 글은 연재 브런치북으로 발행할 수 없다는 안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파란만장 자폐인》는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연재 브런치북 도입 이전부터 기획되었던 사안이라 이렇게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 도입된 연재 브런치북 적용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장지용 알비스 작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