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식

by 박노신

아직 이 몸에 살고 있는 것이 낯설다


벽 속에 둘러싸인 몸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벽에서 보내오는

전파 신호를 받는다

길어지시오

또는 짧아지시오

근육을 당기시오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몸은 외부로부터 빚어지고

한 번도 몸 밖을 나간 적 없는

사람이 산다

달라지는 몸에 맞춰서

달라지려 애쓰며 산다


몸이 너무 작아질 때면

몸 안의 것이 튀어나온다

소문 같은 생살이 불거질 때에도

몸의 직립 보행은 계속 된다

멈추지 마시오


아직도 초보자를 벗어나지 못했구나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동시다발적 신호를 소화하지 못한

몸이 뒤틀린다


적채된 신호가 퇴행을 유발한다

언제 불량으로 판정 됩니까?

몇 번의 기회가 더 남았습니까?


기회를 소진하고 분류되는 것이

불량품의 안식

신호를 받는다

소화하지 못하고, 남은 신호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시를 써 보았다.

피부의 보호 없이 생채기를 드러낸 채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듯 느끼는 요즘이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에게

안식과 같은 평안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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