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강성화 Dec 27. 2021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7살 아이의 마음(feat.보건소 방문)

지난해 크리스마스 우리집 풍경입니다. 아이가 있는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니 산타 할아버지에게 갖고 싶은 선물을 부탁하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 산타 할아버지, 제 기도 꼭 들어주세요~! >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아이의 마음은 풍선처럼 하늘로 올라갈 듯이 부풀어 올랐고, 들뜬 마음에 입맛이 좋았던지 평소보다 과식해 배도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 드디어 오늘은 산타 할아버지 오시는 날~! >


늦게 자면 산타 할아버지가 불이 켜져 있어 못 들어오고 그냥 우리집을 지나칠 수 있다 하니 9시 전에 쪼르르 들어가 잠이 들었습니다. 귀여운 녀석. 잠들기 전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줄 간식을 챙겨 놓았습니다.^^


< 산타 할아버지 고생 많으신데 이거라도 드세요. >


그렇게 평화롭게 크리스마스이브가 지나가고, 크리스마스 아침 눈을 뜬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가 놓고 간 선물을 보며 마냥 신나서 행복해했습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무사히 잘 지나가나 했는데...

< 크리스마스 작은 소동의 서막이 시작되다. >


크리스마스 오후가 되자 7살 딸이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뭘 하나 싶어 들어가 봤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어 보려 했더니 산타 할아버지에게 드릴 거라고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
산타 할아버지는 어제 다녀 가셨는데~!


그림을 다 그리고 편지를 쓰길래 좀 보려 했더니 엄마가 먼저 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일과 같은 일. 딸 성격을 잘 아는데 억지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궁금한 걸 참으며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는 그제야 엄마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에게 오늘 꼭 전해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실 수 있을까요?"


"글쎄. 어제 많이 다니셔서 피곤 못 오실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면 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


엄마의 대답을 들은 아이는 주방으로 가서 뭘 또 가지러 가더니 크리스마스 냅킨 안에 꽁꽁 싸놓았습니다.


'아, 궁금해라. 얘가 또 뭐라고 써 놓았을까..'


그날따라 아이는 늦게 잠이 들었고, 아이를 재우다 저도 그만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놓아 둔 그림과 선물이 생각나 벌떡 일어났습니다.


추운 겨울날, 한밤 중 늦은 시간까지 잠도 못 자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러 다니는 산타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던가 봅니다. 이렇게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라니..^^


그나저나 엄마 미소만 짓고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걱정만 하면 좋을 것을.. 편지를 남겨 달라고 합니다.--; 시계는 자정을 넘어 12시 20분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 산타 할아버지, 선물 나눠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


얼른 남편을 깨웠습니다.


"여보야~ 빨리 나와요~ 빨리 나와서 할 일이 있어요~!"


단잠을 자고 있던 남편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습니다.


"린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남겨 달라고 썼어요. 내가 쓰면 바로 글씨체를 알아보니 당신이 얼른 써 주세요~!"


남편은 여전히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뭐라고 쓰면 좋은지 물어봤고, 제가 불러주는 대로 편지를 쓰다가 혼자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 아빠 산타의 편지 >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거실로 쪼르르 달려가던 린이는 집이 떠나가라 소리쳤습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편지 남겨 주고 가셨어요~!


우리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우리 린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나 보다.. 라며 선의의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아이를 안아 주었습니다.^^


아.. 다른 부모님들도 다들
우리처럼 살고 있는 거 맞지요?^^




2021년 크리스마스는 제 평생, 아니 아이와 제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


코로나로 인해 인연이 되어 지난 2년여 동안 저와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이 되어 주신 보건소장님. 소장님이 이달 말까지 근무를 끝으로 정년 퇴임을 하신다고 합니다.


지난번 코로나 시국이라 시장님의 부탁으로 6개월 더 근무해 주기로 하셨다는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듣고 사실 전 내년 6월까지 근무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로 연수 1년 중 6개월을 반납하고 근무를 해주신 거라 올해까지 근무를 하신다고.. 그래서 그동안 고생해 주신 소장님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직원분들과 따뜻한 차 한 잔씩 드시라고 윈터드림 차와 쿠키 몇 상자를 선물로 전했던 적이 있습니다.

< 2020년 뭔가 아쉬웠던 크리스마스 선물 >

지난달, 출판 계약금으로 보건소 직원분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는데, 다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는 얘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같은 구성으로 크리스마스용으로 포장을 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 학원에 보낼까 하다 코로나도 심하고 학교 적응하는 시기라 힘들 것 같아 엄마표 영어로 공부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 공부 열심히 하면 학원비로 지출되는 일부 비용을  아이 통장에 저축해 주고, 연말에 좋은 일에 사용하거나 기부를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의 약속을 위해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을 위한 선물 >

https://brunch.co.kr/@alwaysbehappy/144.


그런데 해외 직구로 12월 초에 차를 주문했는데 평소보다 배송이 지연되어 보름 넘게 걸려 수요일에 도착하는 바람에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마침 지난번 주문한 차가 조금 남아 있어 그걸로 반 정도 미리 포장을 해놓아 그나마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해 160여 개 포장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 제때 도착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


선물 포장을 하는 손길은 분주했고 며칠 동안 바쁘긴 했지만,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 Winter dream에 또 한번 마음을 담다 >


남편이 살짝 부러워하는 눈치라서 직장 동료들을 위해서도 준비해 줄까 운을 띄웠더니 얼굴에 미소가.. 처음엔 자기 팀 6명만 얘기하더니 다음 날 제게  같은 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참고로 20명이라고.--;


그나마 본사 직원 다 챙겨달라 하지 않아서 흔쾌히 OK 했습니다.^^ 남편 직장 사람들 포장까지 모두 마치고 나니 그 많던 쿠키가 달랑 6개 남았습니다. 많이 남으면 다른 사람들도 더 챙겨주고 싶었는데..

<  선물을 나눠준 날 퇴근 후 남편의 얼굴에 화색이.. >


선물 포장을 모두 마치고 박스에 담았는데 왠지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박스 포장을 시작했습니다. 딸은 자기가 아끼는 마스킹 테이프를 가져오며 이걸로 더 꾸미면 좋겠다고.


그리고 다시 쪼르르 방으로 갔다 오더니 리본으로 묶으면 더 예쁘겠다고.. 뭐라도 더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꾸미고픈 마음이었습니다.

< 포장에 마음을 더하다 >


소장님을 위해서는 좀 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쿠킹 클래스에서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해 드리자고 얘기 나누었습니다.

< 우리가 직접 다 만들었어요~^^ >


케이크를 다 만든 후 배고파하는 아이에게 간식을 먹이고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 엄마 내가 더 예뻐요? 꽃이 더 예뻐요?>


소장님과 직원분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소장님과 잠시 대화를 나눈 저는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린다며 소장님과 진한 포옹을 나눴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소장님은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2년여 동안 그 시간을 함께해 준 저와 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 덕분에.. 고마운 당신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듯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


선물을 전해 드리고 차로 가는 동안 아주 잠시였지만 눈이 날렸습니다. 소장님이 선물로 준비해 주신 케이크와 꽃다발을 받고 너무나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인 저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아이는 아직까지도 너무 가슴이 설레고 떨린다며 너무나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좋아했습니다. 아이는 피곤했던지 잠이 들었고 저는 잠든 아이를 보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 마음을 주고 마음을 받다 >


보건소에 4시 넘어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 50분.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제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 계획했던 새우볶음밥과 밑반찬은 생략하고 7시 30분경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 사랑하는 우리 가족~ 해피 크리스마스~♬ >


남편과 아이는 아침부터 쉴틈 없이 바빴던 엄마가 피곤한 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것을 아는지 엄지 척을 해주었습니다.^^

< 그래, 이것이 바로 행복이지~♥ >


늦은 저녁 식사 후 아이를 재우는데 소장님이 마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소장님의 메시지에 하루 동안의 피곤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사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맞춤을 했습니다.

< 소장님도 제 인생의 크나큰 선물입니다~♥ >


올해도 아이는 주방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더니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간식을 챙겨 놓았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를 대신해 편지를 써야 하는 수고로움은 없었습니다.^^


아이는 제게 올해 산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었다고 귓속말을 해주었습니다.
엄마가 대학원에 합격하는 것,
내년에 출간하는 책 잘 되는 것,
그리고 녹색 어머니회 활동하는 날 엄마 춥지 않게
날씨가 춥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합니다.^^
기특한 것. 덕분에 얼마 전 대학원은 합격했고,
녹색 어머니회 활동하는 날도 춥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이를 위한 산타 선물은 덤입니다~^^


< 뭘 그리 많이 챙겼누. 산타 할아버지 좋아하시겠다.^^ >


그렇게 크리스마스는 저물어 갔습니다. 제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로 남을 듯합니다.^^


여러분의 크리스마스는 어떠셨나요?^^
행복하셨나요?^^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포르테 디 콰트로의 '겨울 소리'

https://youtu.be/S_EaBeCynSc


대니 구님의 'Will you be my home'

https://youtu.be/B4ND3NN7Kvs

매거진의 이전글 어쩜 이리 예쁠꼬~!(feat.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