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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Oct 25. 2021

어쩜 이리 예쁠꼬~!(feat.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

내 맘을 들었다 놨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결혼이 다소 늦었습니다. 서른여섯에 남편을 만나, 서른일곱에 결혼을 하고, 이듬해인 서른여덟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했습니다.


늦게 결혼했는데 바로 아기가 생겨 우리 부부는 물론 양가 가족 모두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9주 차에 계류 유산이 되었습니다.


원장님이 다음 주에 오면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심장 소리를 들으러 가기 하루 전날 복통과 함께 혈흔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잠시 동안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미니미와 작별을 했고, 몸조리를 한 후 3개월여 동안 집 근처 안양천을 거의 매일 걸었습니다.


3개월 후 고맙게도 새로운 생명이 찾아와 주었고,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세상에 하나뿐인 딸, 린이입니다.^^


아이에게 전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인 줄 아니?
그건 바로 너를 낳은 거야.
넌 하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야.


엄마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아이는 좋아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짓다가 엄마 품에 쏙 안기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아기별에서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하늘에서 보니까
엄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엄마에게 온 거예요.
엄마는 몰랐죠?^^

< 내가 아기별에서 엄마를 찜~ 했어요~! >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함께 책을 읽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자신의 발에 엄마 발이 닿자 순간 아이는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아이는 손에 엄마의 양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발에 닿은 엄마의 발이 찬 것을 느끼고 양말을 신겨 주기 위해서...


< 엄마 발 시리죠?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요~! >


그런데 양말을 신겨주다 말고 또다시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이번엔 연고 바른 면봉을 들고 왔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생긴 작은 상처가 아이의 눈에 보였던 것입니다.


엄마, 상처가 생겼네요.
많이 아팠죠?


아이는 작고 귀여운 입으로 엄마 발을 호호 불더니 연고를 발라 주었습니다. 그 순간 느꼈던 감동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요렇게 예쁜 아이가 제 옆에 있나 싶어 순간 가슴도 뭉클해졌습니다.(음..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모든 순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 내가 호~ 불어 줄게요~ 기다려요~! >


어느 날은 또 이렇게 혼자 조용히 방에 있다가 비행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거실 저쪽으로 가더니 제 가슴을 향해 비행기를 날립니다.


가슴에 툭 맞고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펼쳐 보니 또 이렇게 감동을...^^

< 엄마 린이 사랑의 비행기를 받아요~! >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가 꽃 트럭에서 꽃을 고르고 있자, 아이가 자신도 갖고 싶다고 손바닥만 한 드라이플라워 꽃다발을 사달라고 합니다.


제 눈에도 그리 예뻐 보였는데, 어린 눈에도 당연히 예뻐 보였겠지요.^^


< 엄마, 나도 나도 꽃이 좋아요~! >


최근 엄마가 표창장을 받아 오자 아이는 자신이 골랐던 작은 꽃다발을 들고 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꽃이 있을 자리를 찾았어요.
여기에 있어야 가장 잘 어울려요.


꽃 같은 요 녀석. 립 서비스하고는. 사회생활 하나는 잘하겠구나.^^

< 꽃다발이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여기~! >




영어 공부를 하면서도 엄마를 향한 딸의 애정 공세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엄마는 아파서도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주 난리가 납니다.^^

< 엄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요~! >


애정 공세는 수학 공부 시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바로 엄마'라는 멘트도 잊지 않습니다.^^

< 나는 나는 우리 엄마가 참 좋아요~! >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듣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남편님, 순위 좀 밀렸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 엄마 생일 축하해요~! from. 7세 린이  >


젠가 게임을 하고 놀다가 식사 준비를 하러 간 사이에 아이는 또 엄마를 생각합니다. 아직 아이에겐 엄마가 우주인가 봅니다.^^

< 엄마는 나의 우주~! >


엄마가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 쉴 틈이 없다 싶으면 아이는 좀 쉬라며 엄마를 침대 위로 데리고 갑니다. 그런 후 엄마가 좋아하는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웃느라 주름이 늘건 말건 아웃 오브 안중입니다. 딸의 애교에 박수는 자동입니다.^^

< 엄마는 쉬세요~ 난 춤을 출 테니~! >


지난해 봄, 코로나로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가끔씩 집 근처 산책만 하던 시절. 위생 장갑과 비닐을 들고 쓰레기를 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이는 벚꽃 나무 아래에 앉아 떨어진 꽃잎을 주었고 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가장 예쁜 것만 골랐다며 엄마 선물이라고 고사리 같은 두 손을 엄마 앞에 내밀었습니다.


엄마 눈엔 너의 마음이
꽃보다 더 곱고 예쁘구나.
< 꽃 보다 린이~! >


사실 저와 기질이 많이 다른 딸은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할 때가 가끔 아니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또 이렇게 행동하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딸바보라 뭐라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엄마를 아무리 들었다 놨다 하는 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오늘도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사랑 속에서 한 뼘씩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자라 주렴~!
사랑한다, 내 딸~!


< 꽃도 하늘도 아름다웠던 어느 가을 주말 오후 >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정재형님의 '가을의 뜰'
https://youtu.be/_pguMvz2QmI


Daybreak님의 '들었다 놨다'

https://youtu.be/lFReJp9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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