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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Jan 17. 2022

어머님의 해신탕은 '몸보신이 아닌 마음보신'

며느리 사랑 대한민국 1% 시어머니

1월 첫째 주 새해를 맞아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님은 막둥이들 이번엔 뭘 만들어 주나 고심하며 전날부터 분주하셨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른 아침부터 몸이 더 바쁘셨을지도 모릅니다. 밑반찬 한두 개쯤은 전날 해두면 더 편할 텐데 금방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시니..


점심때쯤 시댁에 도착하니 주방에서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으시면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습니다.


우리 막둥이 왔어요~ 배고프지요?


사실 오는 동안 배고프단 생각이 그리 들지 않았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순간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어머님의 사랑이 담긴 요리는 눈과 입으로 맛보기 전에 가장 먼저 코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오늘 점심은 뭐예요?"


"오늘은 해신탕이에요."


실한 토종닭 한 마리에 전복과 낙지가 듬뿍 들어간 해신탕 한솥. 아마 어머님은 어디선가 해신탕을 맛보셨거나 TV에서 보셨던 듯합니다. 맛있는 걸 드시거나 TV에서 보시면 그걸 기억하고 계다가 우리가 올 때면 만들어 주시곤 하십니다.


처음 맛보는 어머님표 해신탕이었습니다. 처음이라고는 하지만, 어머님의 요리엔 언제나 실패작은 없습니다.

< 어머님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해신탕 >


진하게 우러난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보약을 마신 듯 온몸에 기운이 솟는 듯했습니다. '이번엔 적당히 먹고 과식하지 말아야지~!'하고 시댁에 가기 전부터 다짐을 했건만 어머님이 차려 주신 밥상 앞에서는 언제 그런 다짐을 했었냐는 듯 무장해제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대화를 나누다 잠깐 침대에 누워 쉰다는 것이 그만 낮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하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시댁에 가면 늘 있는 일이었습니다. 잘 먹고 낮잠 한숨 잘 자고 일어나면 정말 비싼 보약을 먹은 듯 몸이 바로 알아차리곤 했습니다.


어머님은 항상 밥상을 물리기가 무섭게 다음 끼니를 걱정하시지만 매번 며느리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로 준비해 주십니다. 어머님과 대화를 하던 중 김치볶음밥 얘기가 나와서 먹어 본 지 오래되었다고 먹고 싶다 하니 바로 콜입니다~^^


어머님이 항상 제 글을 보고 계시는데 지난번 남편의 요리 글이 마음에 걸리셨나 봅니다. 결혼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되어 가는데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아들이다 보니 며느리에게 살짝 미안하셨나 봅니다.

https://brunch.co.kr/@alwaysbehappy/148


아들~ 이리 와서 엄마 좀 도와줘~!


TV를 보던 남편은 주방으로 갔고 어머님은 김치를 썰어 팬에 넣어 주면서 잘 볶을 수 있도록 알려 주며 김치볶음밥을 완성할 수 있게 지도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남편이 만든 김치볶음밥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좋은 시어머니와 인연이 되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산다는 것.  그것은 하늘의 축복이자 선물 같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저 또한 많이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신은 또 바리바리 싸주시면서도 더 챙겨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날 밤, 어머님이 주신 먹거리 정리를 마치고 핸드폰을 검색했습니다.


강원도 태백 어느 식당 가마솥에서 24시간 푹 고았을 설렁탕 10팩을 시댁으로 주문했습니다. 며칠 뒤 어머님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돈 쓸 일도 많은데 뭘 이런 걸 보내느냐고. 잘 먹겠다고.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우리 고부는 9년째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 며느리 걱정하는 어머님의 마음 >


어머님~!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금처럼 사랑하며 살아요~♥






이 집 남편이 요즘 철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말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서 자고 올 테니 잠도 좀 자고 할 일도 하라고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아..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그 말은 그저 하는 말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해가 2012년.. 10년이 되니 강산도 변하고 우리 남편도 변했습니다.


갈 준비를 거의 마칠 때쯤 남편이 한 마디 했습니다.


여봉주르~ 케이크 좀 사주고 갈까요?
혼자 분위기 있게 커피 마시면서 먹게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일. 이렇게 센스를 장착한 사람이 아닌데..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러면 좋긴 하지만 갔다 오면 늦잖아요~
준비하고 그냥 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급한 일도 없는데 조금 늦게 가도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인데 사양하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봉주르~ 당신 마음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다음엔 이렇게 물어보지 말고,
혼자서 조용히 사 가지고 오면
감동이 배가 될 거예요~
오는 길에 이왕이면 쫄면도 부탁해요~♥


그렇게 남편은 제가 좋아하는 쫄면과 케이크를 사주고 집을 나섰습니다. 주말 혼자 먹는 점심 식사와 디저트였지만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 이렇게 이 집 남편도 철이 드나 봅니다 >
< 나의 최애 케이크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


일요일 오후 5시 30분, 남편과 딸이 도착했습니다. 남편의 손엔 짐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손이 크신 어머님은 며느리가 좋아하는 오삼불고기와 황탯국을 10인분양을 만들어 보내셨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는 그저 덤입니다.


< 오늘도 어머님 사랑 한가득 >


며느리가 저녁 차리기 번거로울까 봐 신경 써 주신 어머님의 배려가 담겨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는 오삼불고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짐을 받자마자 어머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님은 급히 만들어 간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요리하면서 간을 맞추라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어머님표 오삼불고기만큼 맛있는 오삼불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오삼불고기 대표 맛집이지만, 죄송합니다. VVIP만을 위한 요리라서 우리 가족들만 맛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 대한민국 맛집 - 어머님표 오삼불고기 >


어머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엔 같이 갈게요~♥♥
건강 조심하세요~♥♥♥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푸디토리움의 '바람은 차고 우리는 따뜻하니'

https://www.youtube.com/watch?v=4Vk1tqXfQjI


이소라님의 '그대와 함께 춤을'

https://www.youtube.com/watch?v=PYr79WsyV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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