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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Jan 02. 2022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feat. 남편이 차린 주말 아침 식사

이 집 남편은 전생에 못 먹어 한이 맺힌 것인지 밥에 진심인 남자입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은 뭐 먹어요?", 점심 먹으면서도 "오늘 저녁은 뭐 먹어요?" 제가 자꾸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무의식적으로 나오나 봅니다.(장난일수도..--;)


어느 주말,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혼자 흐뭇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쪼르르 달려와 이런 그림을 보여주는 남자. 네. 맞습니다. 밥에 진심인 이 집 남자입니다.

< 여봉주르~ 배고파요~ 밥 주세요~! >


어느 날은 아이와 도미노 놀이를 하고 있다가 저를 부르며 손짓을 했습니다. 앙증맞게 세운 아이의 도미노 옆에 있는 저것은 도대체 무엇인고. 그토록 도미노 하나하나에 혼을 담아 만들어 놓은 저 글자는 바로 '밥'이었습니다.--;

< 저 혼이 담긴 '밥'이라는 글자를 보소 >


네, 고맙죠. 그렇듯 아내에게 생각지도 못한 웃음을 선물해 주니. 그런데 웃음 그것도 잠시뿐.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것밖에 없는 이 남자. 아.. 계속 이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alwaysbehappy/51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것이 기쁨인 저이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어 우리 부부 둘만 남았는데 나이 들어서까지 삼시세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남편에게 당신도 비상시를 대비해 간단한 요리라도 배워두면 좋겠다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우리도 간단하게 먹고 가끔씩 사 먹기도 하고 당신도 가끔씩 식사 준비를 해주면 좋겠다 말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아침이었습니다. 글 쓰느라 새벽 3시가 어서야 잠드는 저를 위해 남편과 딸의 배려로 주말엔 9시에 일어납니다. 잠에서 깨 아침을 준비하려 하는데 남편이 자기가 식사 준비해 보겠다며 30분 더 자라고 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이 사람이 웬일이야~!


이 집 남자가.. 아니 우리 남편이.. 요리라고는 라면만 겨우 끓일 줄 아는 사람이 유튜브를 보고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아침상을 차렸습니다.(치아바타 샌드위치는 전날 언니 집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것도 커팅해서..)


아니.. 상태를 보아하니 어디 아픈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 뭐 잘못한 것이 있나.. 이*토스트에서 사 온 것도 아니고 직접 요리를 하다니..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습니다.


세상에나.. 게다가 맛도 괜찮았습니다. 깜짝 놀라 이게 웬일이냐, 비주얼도 맛도 그럴싸하다 마구마구 칭찬을 해줬더니 기분이 좋았던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그러더니 으쓱해하며 과일 접시를 가리키며 이 작품명(?)이 무엇인지 아냐고 맞춰보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딸과 저는 영문을 몰라 가만히 있었더니 해바라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해바라기를 닮았습니다.^^

< 여봉주르~ 내 첫 작품 마음에 드나요? >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 주방에서 또 소리가 났습니다. 잠시 후 남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봉주르~ 아침 먹으러 나와요~!


복사 붙이기 사진 아닙니다. 어제 메뉴 그대로 똑같이 차린 밥상입니다. 그러면 좀 어떤가요? 분명 어제와 같은 메뉴인데 제 입맛에는 꿀맛이었습니다. 그래서 잘했다~ 잘했다~ 칭찬을 해줬더니 오늘은 조금 다르게 해 봤다고 하면서 씩~ 웃었습니다.(어젠 좀 간이 심심해서 소금 좀 더 넣었다고..--;)

< 어제보다 오늘 맛이 더 좋나요? >


그리고, 다음 주 주말 남편이 아침 식사를 하라고 다정하게 불렀습니다. 네, 맞습니다. 상상했던 그 메뉴였습니다. 백종원표로 만들어 봤는데 버터를 넣으니 너무 탔다며 그래도 맛은 있을 거라고 아주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음.. 일주일에 한두 번 먹는데 메뉴가 같으면 좀 어떻습니까. 잘했다~ 잘했다~ 지난번보다 맛이 좋다 폭풍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여보야~ 고마워요~!
그런데.. 유튜브 보면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다른 메뉴들도 있을 거예요~
당신 이 정도 솜씨면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 보기에는 그래도 백종원표 프렌치토스트예요~ >


아.. 그동안 제 글을 읽어보셨던 분은 아시겠지만, 이쯤 되면 생각날 법한 글이 하나 있을 겁니다. 남편이 주말 아침에 몇 번 사준 토스트를 보며 영화 속 최민식님이 먹었던 만두를 떠올리던 제 모습을..--;

https://brunch.co.kr/@alwaysbehappy/93


애니웨이~ 비록 남들이 보기엔 간단한 프렌치토스트일 뿐이지만 제게는 라면을 제외하고 남편이 만든 첫 요리라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으로 남긴 것은 없지만, 지난번 달걀말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남편은 다음번엔 달걀을 더 넣어 더 먹음직스러운 달걀말이를 해보겠노라며 야심이 아주 대단합니다.^^


여보야~*
당신의 다음 요리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어느 주말 아침, 일이 많아 주말 오전에만 잠시 카페에 가 일을 하고 온다던 남편이 카톡을 보냈습니다.(남편은 제 핸드폰에 연애시절부터 '연'이라 저장되어 있습니다. 연은 '인연'의 연을 의미합니다.^^)

<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


이 메시지만 보면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살 줄 아는 마음 따뜻한 남자 같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은 원래 짠돌이습니다. 기부라고 하는 것은 다른 세상 사람 이야기로만 알고 지내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남자가 저와 함께 살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은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살아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어떻게 벌고 얼마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돈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먹고 살 최소한의 준비를 하면 나머지 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하면서 살자.'


이런 마인드의 아내와 살다 보니 남편도 어느 순간 조금 마인드가 바뀌어 갔습니다. 소액이지만 매달 기부하는 것에 뿌듯해했고, 제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위로와 응원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선물을 하면 좋겠다 하면 선뜻 얼른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 부부에게는 인생의 공동 목표가 생겼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직접 후원을 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10년 동안 한 달에 50만 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목표로 정했습니다.


만약에 하늘이 이런 마음을 어여삐 여겨 물질적 여유가 많이 생기게 된다면 그 인원을 2명, 3명으로 늘리자 대화를 나눴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 노후 대비도 해야 하고 아직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그런 꿈이 생기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간 준비 중인 책 인세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다짐이자 과정입니다. 물론 무명작가라 2쇄 찍기도 힘든 현실임을 잘 알고 있고, 주제 파악도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꿈을 꾸는 것은 자유지요?^^


잠이 부족해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필력을 탓하면서 매일 새벽 늦은 시간까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보야~!
우리 지금 마음 변치 말고
앞으로도 열심히 삽시다요~♥



ps. 남편의 짠돌이 기질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용돈을 적게 주는데도 불평불만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남편에게 보너스(?)를 줍니다. 잘한 일이 있어 기분이 좋을 때 주기도 하고~ 일하느라 힘들고 피곤해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이는 날에도 이렇게 슬며시 봉투에 넣어 주기도 합니다.^^

< 여보야~ 힘들죠? 이거 받고 힘내요~! >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Andre Gagnon님의 'L'amour Reve'(사랑의 품 안에서)

https://youtu.be/FGQNPlh_-Aw


Andre Gagnon님의 'Comme Au Premier Jour '(첫날처럼)

https://youtu.be/4zb6jqCJMcE



2022년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 첫날 모두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새해에는
뜻밖의 행운과 평범한 행복들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lways be happy!*^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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