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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Nov 23. 2022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 그리고 5년 만의 가족 외식

한 가정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예린 엄마, 우리 가족 얘기 글로 써도 돼~!
남편이 예린 엄마 좋게 생각하나 봐~
글 잘 쓰니 봐주는 거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 친구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입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부모 자식 간의 불화로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겠단 생각에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1년 전  일과 대학원 준비, 그리고 출간 준비로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할 때였습니다. 상담을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기에 선뜻 시간을 내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그 상대는 고3인 아들과 저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아이 친구 아빠. 어쩌다 카톡으로 대화할 뿐 5년여 동안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지 않았던 부자였습니다.


5년 동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니..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가족이 이미 선을 넘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 있었고 가슴속 상처는 곪을 대로 곪은 상태였습니다.




엄마는 성인 ADHD, 아들도 ADHD, 아빠는 자상하긴 하나 전형적인 가부장형 남자였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자란 딸의 친구인 막내의 심리도 안정될 리 없었습니다.


초등 입학 무렵 알게 된 아들의 ADHD. 교우 관계가 좋을 리 없던 아이가 좋아하고 의지했던 것은 바로 자전거였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다 손가락 하나의 절반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춘기로 접어든 중학생 때였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고.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너무나 큰 충격이자 아픔이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타이밍에 서로가 그 아픔을 제대로 보듬지 못했습니다.


글로 다 담기 어려울만큼 수많은 갈등과 스토리가 있었던 가족들. 그들은 서로의 간극을 채우지 못하고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 같은 평행선처럼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엄마로부터 저에 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듣고 잠시였지만 저와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 제게는 호의적이었습니다. 3시간여의 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고, 제 진심은 느낀 아이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얘기했습니다.


아이와 상담을 마친 후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녀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그동안 상담하는데 수백만 원의 돈을 썼는데
오늘 예린 엄마의 상담 한 번이 더 효과가 좋다.
이 은혜를 어찌 보답할까. 정말 고마워.



엄마가 불러도 항상 시큰둥하던 그는 얼른 와서 저녁 같이 먹자는 저의 말에 조용히 나와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제게 그동안 부끄러워 차마 하지 못했던 집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중 제 가슴을 유난히 안타깝게 했던 사연 하나. 어느 날 딸과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멈춰 서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어느 식당에서 다른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들과 사이가 나빠진 이후로 5년여 동안 가족 외식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유리창 밖에서 가족이 서로 웃음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같은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 엄마에게 가능한 빠른 날로 아빠와 상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라 전했습니다. 며칠 후 전 아이 아빠와 마주 앉았습니다. 오다가다 몇 번 눈인사만 나눴을 뿐 대화를 나누긴 처음이었습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나이 어 아이 친구 엄마와의 대화. 그에게는 낯설고 멋쩍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람이 참, 쓸데없이 상담은 무슨.


멋쩍은 마음에 아내를 보면서 한 마디 했고, 제겐 어색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책임감 강하고 자기 소신이 뚜렷하다 못해 너무나도 확고한 그였습니다. 어쩌면 힘든 세상과 불안한 가정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 친구 엄마인 한참이나 나이 어린 제게 고자세를 보였던 그에게 전 단호한 어조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좋아지겠지..라는 생각,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이제는 버리셔야 합니다.
다른 가정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간에게만 맡긴다면
서로의 상처만 점점 깊어갈 뿐,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더 늦어서는 안 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후회하셔도 소용없습니다.
하루빨리 아빠가 아이에게 손을 내미셔야 합니다.


고자세로 얘기를 듣던 그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제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듯 몸을 앞쪽으로 기울였습니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시군요.


2시간여의 시간이 지나자 그가 제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그도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책임감이 무척 강한 그였습니다. 마음이 아픈 아내와 아들을 보살피고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전쟁터와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썼을 그.


그에게도 힘들고 고단하고 외로운 마음을 위로받을 따뜻한 가정이 그 누구보다 절실했을 것입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첫 번째 미션은 아들에게 편지 쓰기였습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을 알려줬고, 며칠을 고심하던 그는 마침내 편지를 완성했습니다. 아들의 책상 위에 올려둔 편지는 며칠 동안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빠에게서 처음 받은 편지는 아들에게도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았던 모양입니다.


만감이 교차했던 아들은 엄마에게 술을 사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온전한 정신으로는 읽기 힘들 것 같다고. 그 말 한마디가 그동안 부자와의 관계를 대변해 주는 듯했습니다.


< 용기 내줘서 고마워 >


엄마인 그녀에게도 이런저런 미션을 주었고, 그동안 벌어졌던 서로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씩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하게도 노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변화를 느끼던 그녀는 제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


정말 고맙지요?
내가 무척 바쁜데 상담해 준 거 알지요?
지금 잠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돈보다 시간이 아쉬운 사람이라
비싼 상담 비용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가족 외식하는 날
인증샷 하나 찍어 보내세요.
그게 상담 비용이에요.^^


사실 그 말은 어느 날 우연히 읽게 된 상품 리뷰에서 인상 깊었던 말 생각나 따라해 본 것입니다.^^

< 사장님의 그 멋진 마인드, 최고입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딸이 했던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딸이 친구 엄마들 중에 예린이 엄마가 가장 좋다 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진한 감동이 밀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고3이었던 아들은 작년부터 패스트푸드점과 자전거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용돈을 벌었습니다.  첫 월급으로 가족들을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사줬다고 합니다. 쑥스러워 인증샷은 찍지 못했지만 가족 외식 상황을 알려주던 그녀의 입가엔 환하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올해는 온 가족이 함께 휴가 때 여행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 또한 온 가족이 함께한 아주 오랜만의 여행이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이렇게 함께 여행 오자고 엄마가 말하니 싫지 않았던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지난봄쯤이었던가 가족의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되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리 익명이라고 한다 해도 마음에 걸렸던가 봅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 알겠노라고 하며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그렇듯 한참 후에 글을 써도 된다고 연락이 왔던 것입니다. 아마 남편과 대화를 나눴던가 봅니다.


그동안 쌓인 것이 많은 만큼 아직 더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평행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평행선도 아주 조금만 각도를 바꾸면 그렇듯 서로를 향해 가까워지고 언젠가는 만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일하는 매장에서 받은 쿠폰을 제게 전해 달라고.. 기특한 녀석, 정말 감동이었어


< 며칠 전 그녀에게 온 메시지 >


ps. 그렇게 전 그 가족이 요즘 전보다 많이 행복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책 읽어 주는 작가 초원의 빛 >




* 오늘의 추천곡 *


이승환 님의 '가족'

https://youtu.be/xfRljrjRpFQ


김필 님의 '겨울이 오면'

https://www.youtube.com/watch?v=y2oeUkb60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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