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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Mar 06. 2023

어머님이 주셨던 결혼 10주년 선물

어머님과 함께했던 결혼기념일

가슴이 사랑에 대해서만은 유독 검열이 까다로워 쉽게 음을 내어주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어쩌면 혼자 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제 나이 서른여섯의 어느 봄날, 서른넷이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하늘도, 구름도, 햇살도, 꽃도 그보다 좋을 수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벚꽃색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날리던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좋아서 동갑도 이성으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연하라니.. 그것도 두 살 연하라니..

역시 인연은 타이밍인가 봅니다. 신기하게도 그가 남자로 보였던 것을 보니 말입니다.^^


만남 전 첫 통화 때부터 느낌이 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바로 번호를 저장했습니다. 인연에 대한 기대가 없던 시절, 목소리만 듣고 어쩌면 이 사람이 인연이겠단 생각이 들어 그를 '연'이라고 저장해 놓았습니다.


연... '인연의 연'을 의미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제 휴대폰에 '연'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 나이는 들어도 마음은 여전히 10년 전 그때.. >


그와 결혼한 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를 닮은 사랑스러운 딸도 있습니다. 


< 함께라서 더 행복한 이름, '가족'>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2박 3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엔 어머님도 함께였습니다. 제가 먼저 남편에게 그러자고 했습니다. 사실 남편은 특별한 여행인 만큼 이번엔 우리 가족만 다녀오자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면 어머님 생신이기도 하고 우리와 여행할 때마다 행복해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머님은 미안해하셨지만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여행 전날 어머님은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오셨습니다. 올해 일흔여덟. 1시간 40여분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거리. 이젠 무겁게 뭐 들고 오시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얼른 짐을 받아 황금색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소갈비찜과 달래를 넣은 봄동 무침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한 두 근만 해도 충분할 것을.. 네 근이라니.. 그걸 들고 먼 길 오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뭘 해주면 맛있게 먹을까 고민을 하셨다고 합니다. 결혼 10주년인 만큼 음식에도 마음을 더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예쁘게 깎은 밤과 당근, 느끼할까 봐 깔끔한 뒷맛을 위해 넣은 꽈리고추까지. 모양만 봐도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 어머님의 결혼 10주년 선물 >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식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의 여행은 다음날 아침이 아닌 어머님이 도착하셨던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강릉과 평창, 고성과 속초. 강원도 여행은 언제나 옳았습니다. 눈이 내린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물놀이는 그중 으뜸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저 감사하고 행복한 지금 이 순간입니다.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Afternoon Walk의 '그 시절, 너와 나'

https://www.youtube.com/watch?v=HauM636IKY4


리틀 로맨스의 '참 좋은 날 당신을 만났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46zOj9v6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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