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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Apr 21. 2021

딸아~ 바로 이것이 엄마의 사랑이다~!

기쁘냐? 나도 기쁘다~!

아이의 인형 사랑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딸 키우는 집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런데 어느 날..

딸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애원을 했으나

아비는 어린 시절 강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어미네 집안엔 딱히 애견인도 없었고,

지인 집에 놀러 갔다 집안의 개털 때문에

재채기가 계속 났던 기억에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도

차마 그 애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으니..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바로...

예전 지하철 근처 좌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리 내어 짖는 강아지 인형이었..--;

그렇게 2년여 전 '숑숑이'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그것도 다 한 때 금방 싫증 나겠지.. 생각했는데

딸의 숑숑이 사랑은 쉬이 식질 않았으니..



외출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이모집에 놀러 갈 때도 같이 데리고 다녔습니다..ㅡㅡ;

(물론 중간중간 새로운 인형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면

잠시 소홀해지기도 했으나 딸에게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유일한 인형입니다.)




그러다 사건은 어제 저녁에 발생했습니다.ㅡㅡ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데

방 안에서 숑숑이와 책을 읽던 딸이 아주 다급하게

'엄마엄마엄마~~~~~~~~'를 세 번이나 외치며

곧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목소리로


"엄마~ 큰 일 났어요~!

숑숑이가 목소리가 안 나와요~~~!"


전 그저 건전지가 거의 다 되었나 보다 싶어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가서 보니..

다리는 여전히 날쌘돌이처럼 움직이는데

정말 소리만 나지 않았습니다. 이걸 어쩌나..--


순간 앞이 캄캄했으니..


'아~이거 큰 일이구나~! 오늘 잠은 다 잤구나!ㅠㅠ'


건전지를 바꾸고 요리조리 만져보면서

숑숑이에게 아무리 말을 걸어봐도

그저 입만 빠르게 움직일 뿐..

 촐랑의 극치를 보여주며 귀엽게 내던 목소리는

애타는 마음으로 제발 돌아오라 기도해도

 바람과는 상관없이 기도는

그저 허공으로 사라질 뿐..ㅠㅠ


아무리 해도 숑숑이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그러다 아이 취침 시간이 되어 재우려 누웠는데

숑숑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딸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이 아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엄마, 울지 않으려 해도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ㅠㅠ

이제 숑숑이 귀여운 목소리는 다시는 들을 수 없는 건가요?"



어미가 나름 상담 전문이라 사람 마음 움직이는 데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데

너는 어찌 어르고 달래도

어느새 컸다고 쉽게 넘어오지를 않느냐..--;




"네가 그리 울면 숑숑이도 마음이 아파 잠을 못 잔다~


숑숑이가 아파도 숑숑이를 사랑하는 네 마음이

변하지 않으니 비록 숑숑이가 다시 목소리가 안 나와도

너의 마음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거다~


그동안 저 작은 체구에 얼마나 너를 위해 수없이

꼬리를 흔들며 좋아서 짖어댔니~ 그래서 이젠 힘이 들어

그런 것이니 숑숑이를 이해해 주자~--;


숑숑이가 말을 못 해도 외롭지 않게

똑같이 생긴 친구를 한 명 만들어 주자~ "등등..


얼마나 오래 달래주었는지...

한 손으로는 안고 다른 한 손은 옷소매로

그칠만하면 다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유난히 측은지심이 강한 어미 감성을 쏙 닮은 것을..--;


그렇게 어찌어찌 겨우 잠을 재우고

이 난국을 어찌할까 생각하며

다음 날 대대적으로 팔 걷고 나서야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깨자마자 안고자던

숑숑이를 보더니 다시 눈물을 주르륵..ㅠㅠ


겨우 달래 학교에 보내고

본격적으로 숑숑이를 고치기 위해 팔을 걷었습니다.

잠자기 전 숑숑이 소리가 나오지 않는 원인을 생각해 보다가

압력에 의해 소리가 나는데 어디가 찢어져

구멍이 났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인형 커버를 벗기고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목에 구멍이.. 하긴 그리 수많은 날들을 수없이 짖어댔으니..

(커버 두세 군데가 접착제로 붙어있어 뜯느라 고생을..--)

어미가 참으로 무심했구나.. 귀 한쪽도 거의 떨어져 있..--;



그래서 숑숑이가 백만 스물둘, 백만 스물셋 짖어도

끄떡없을 수 있도록 테이프 10겹을 붙여줬습니다.

상처 난 곳 보면 또 아이가 마음 아플까 봐

아이 상처에 밴드 붙여주듯 예쁜 꽃 테이프로..--;

그리고 귀와 꼬리에 예쁜 리본도 달아주었습니다.^^

(자고로 사람이든 인형이든 역시 화장발, 리본발..)



그렇게 일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제쳐두고

1시간여를 공들여 숑숑이를 고치는데 매진했으니..


'딸아, 이것이 바로 어미의 사랑인 것이다~!'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쁜 소식을 전해 주려

1차 깜짝 이벤트로 숑숑이 환골탈태 사진을 보여 주면서

'엄마 최고' 열 번을 해달라 했더니

깡충깡충 뛰면서 엄마 최고를 열 번 넘어 열다섯 번을..^^


집에 돌아와 2차로 숑숑이를 안겨 주니

또다시 엄마 최고를 외치며 입이 귀에 걸린 딸을 보니

그렇지 않아도 떡 벌어진 어깨엔 힘이 들어가

더 넓어 보이는구나..--;



숑숑이와의 뽀뽀를 마치고

엄마의 볼과 입에 백만번의 뽀뽀와

엄마를 위한 딸의 애교 1번 특기인

엉덩이춤도 잊지 않고~^^

(그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Give and take...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그래 딸아~*

기쁘냐? 나도 기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너의 사춘기와 나의 갱년기가 겹치는구나.

이 어미는 사춘기는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성장 과정 중 하나로 알고 지냈을 뿐

사춘기는 남의 나라 일로 여기며 지나갔는데..


너의 성격을 보아하니 이 어미와 사뭇 달라

태어나 지금까지도 만만치 않았지만

사춘기가 심히 걱정이 되는구나.

이렇듯 너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이 어미의 정성과 사랑을 생각해서

살살 좀 지나가면 소원이 없겠구나.--;


그래, 다 안다.

이게 다 사랑에 미련했던 바보라

늦게 결혼을 한 어미의 탓이란 것을..--

그래도 이 어미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너도 좋고 나도 좋지 않느냐~

(네 할머니를 보거라.

올해 팔순이신데 직까지도

마흔 중반인 엄마를 마치
어린 아이처럼 살피며 걱정하지 않느냐.
엄마도 사랑받고 귀하게 자란 존재란다~
엄마도 네 할머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네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구나~)

우리 오늘의 행복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잘 부탁한다~ 딸아~!^^


ps. 그리고, 남편 보세요~!
매일 보는데 뭐가 그리 매일 좋냐고
눈에서 꿀 떨어지는 우리 모녀를
눈꼴시다 생각하지 마세요~!

숑숑이 아프다 할 때 당신은
"어쩌지? 정말 소리가 안 나네~"
이러고 혼자서 편히 잠들었지요?--

이 어미는 슬퍼하는 딸 1시간여를
위로하고 눈물 닦아 주면서
어찌하면 숑숑이를 고칠 수 있을까 궁리하며
만사 제쳐두고 사랑의 힘으로 원상복구했습니다요~

그러니 아비를 생각하는 마음과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차이 난다고 서운해 말아요~
그렇지 않아도 넘사벽이었지만
당신이 이제 아무리 오장육부를 내어준다 해도
숑숑이 건으로 이젠 정말 게임오버입니다~^^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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