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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Apr 28. 2021

딸아~ 바로 이것이 엄마의 사랑이다~!2

아프냐? 나도 아프다~!

지난 주말..

어머님을 모시고 1년여 만에  1박 2일로 가족 여행을 코로나 조심조심하며 다녀왔습니다.

여행 첫날 저녁, 숙소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는데 그 날 새벽 3시까지 냉찜질하며 썼던 글입니다.^^




새근새근 곤히 잠든 너를 보며 이 어미는 한숨을 돌렸다.


저녁 식사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문득 함께하지 못한 네 외할머니 생각에 전화를 드리고 있었는데 비명과 함께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울어 목청이 컸던 너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이 어미의 심장은 그만 철렁 내려앉았단다. 네 외할머니와 통화를 제대로 마무리하지도 못하고 엄마는 쏜살같이 뛰어갔더니 네 미간엔 바로 시퍼런 멍이 들어 부풀어 오르고 있었지.

아빠가 침대에서 자다 침대 옆 소파 쪽으로 네가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 그 사이에 쿠션과 베개를 몇 개 놓았는데  책을 읽다가 미처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소파 모서리에 부딪쳐 그만.. 옆에 계셨던 할머니도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엄마도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지고, 많이 무서웠단다.. 아빠와 할머니도 함께였지만 이 어미는 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너의 울음소리는 계속되었고 이 어미는 놀란 너를 진정시키려 한참이나 꼭 안고 있었다. 다행히 찢어지고 피가 나지 않았지만 눈물범벅에 부풀어 오른 너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미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프고 아팠다.
다행히 뼈는 부러진 것 같진 않다는 할머니와 아빠의 말에 몇 번이나 너의 얼굴을 보고 또 봤다.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어미의 마음은 아프고 또 아팠다.

어느 순간 너의 울음은 그쳤고 계속되는 냉찜질에 통증이 좀 약해졌는지 오랜 시간 냉찜질하는 이 어미의 팔을 걱정하며 이젠 좀 덜 아프다며 엄마도 쉬라며 걱정을 해주었지.

기특한 것.. 그새 많이 컸구나. 이 어미 걱정은 말고 네가 편히 잠들면 그걸로 족하다. 아픈데 무슨 책을 읽겠다고 좀 더 읽다가 너는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젠 피곤할 텐데 그만 하고 잠들라 하는 할머니와 아빠의 말을 뒤로하고 이 어미는 5시간 이상 냉장고를 왔다 갔다 하며 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냉찜질을 하고 있다.




모두가 잠들고 고요 속에서 윙... 하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이 시간. 팔엔 쥐가 나고 피곤은 몰려오지만 이 어미는 아직까지도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하룻밤 잠 좀 못 잔다고 그게 무슨 대수겠느냐. 쓸데없는 일로 여러 날 못 잔 적도 많이 있었는데. 아침에 깼을 때 울어 퉁퉁 부은 눈과 미간 사이 상처 부위가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수 있다면 밤이라도 새울 수 있는 것이 어미의 마음인 것을...

"딸아, 바로 이것이 어미의 사랑인 것이다~!"




엄마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하러 나간 사이 오토바이 사고를 크게 당해 큰 수술을 했던 엄마로 인해 네 외할머니도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었나 보다. 눈가에 흉터가 남은 어미가 항상 맘에 걸리셨던가 보다. 21살이 되던 해 혼자 성형외과를 알아보셨는지 내 손을 잡고 다른 지역의 병원을 데리고 가셨다. 흉터를 조금이라도 없앨 수 있게 하는 수술이었는데 부분 마취를 하고 진행한다는 말에 걱정이 많이 되셨나 보더구나.

이 어미도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기억이 난다. 얼굴 위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와 수술용 실이 왔다 갔다 하는 그 느낌을. 수술이 끝나고 나오니 네 할머니가 괜찮냐 물으셨다. 조금 묵직한 느낌의 통증이 있을 뿐 괜찮다 하니 할머니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나쉬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구나.

"네가 수술하러 들어가니 걱정이 되어 가만히 소파에 앉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3층 계단을 계속 오르락내리락거렸다. 무사히 잘 끝나 정말 다행이다."

사고 후 봉합 수술도 아니고 그리 위험하지도 않은 흉터 재건 수술이었는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도. 그런데 잠든 너의 얼굴을 5시간 넘도록 냉찜질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 옛날 이 어미를 걱정하며 수술하는 내내 3층 계단을 오르내렸다던 너의 할머니, 나의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네 곁을 계속 떠나지 않고 있어 아빠에게 대신 놀랐을 할머니에게 얼른 전화드려 괜찮다고 전해달라 했는데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네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야겠구나. 정말 고맙구나, 이만하길. 아침에 눈 떠 거울을 보고 속상해 말거라. 퉁퉁 부은 얼굴도 이 어미 눈에는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어여쁠 테니.

사랑하는 딸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아니 조금만 아프고 조금만 다치면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다오~!



ps. 모두가 잠든 새벽.. 잠이 들지 않으려고 엄마의 마음이 담긴 노래를 검색하다 우연히 처음으로 듣게 된 노래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 담긴 그런 노래란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zM1Q_rf7tww


♧ 처음이라서 ♧ -스웨덴 세탁소(with 이루마)

서지도 못하는 너를
걷게 하려다 넘어지게 한 일
아파 울고 있는 너를
어쩌지 못해 함께 울었던 일
처음 널 다그쳤던 날
마음이 아파 후회했었던 일
옷을 갈아입히다
네 작은 뺨에 상처를 냈던 일
처음이라서
이 모든 게 내게도 믿을 수 없는
기적과도 같아서
널 사랑하는 일 밖엔 많은 게
더 서툴고 부족해서 미안해
무거운 하루의 끝에
한참을 너를 안고 있었던 날
잠든 네가 너무 예뻐
더 크지 않길 기도했었던 날
처음이라서
이 모든 게 내게도 믿을 수 없게
벅찬 기적이라서
날 바라보는 널 보는 것만으로
살아갈 이유가 돼 고마워
너의 삶이 나를 만남으로 인해
조금은 아름답게 쓰여지길
너를 향한 내 기도와
소원들이 너에게 닿아
늘 따뜻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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