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2년 가까이 함께했던 딸의 최애 인형 숑숑이가 갑자기 짖지 않아 딸이 울고불고 난리부르스 감동의 휴먼 드라마(https://brunch.co.kr/@7dac48c738c041e/36)를 한 편 찍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의 혼신의 노력 끝에 숑숑이 목소리도 돌아오고 꽃단장도 시켜줘 8살 딸에게 열다섯 번의 '엄마, 최고~!' 외침과 백만 번의 뽀뽀 세례도 받아 아주 뿌듯했었지요.
[ 우리 숑숑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
< before >
< 꽃단장을 마친 후 >
By the way.....................................
얼마 후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야외에 숑숑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땅에 떨어뜨렸는데 하필 숑숑이 몸 여러 군데에 잘 닦이지 않는 흙이..
집에 와서 물티슈로 살살 닦아도 지워지질 않아 결국 물티슈에 비누칠을 해서 다시 살살 닦는가 그만 사달이 나버렸습니다.
지난번 백만 스물두 번 짖어도 찢어지지 않게 테이프를 붙인다고 붙였는데 잘 움직이는 부위 위주로만 붙이다 보니 그 이외 부분이 그만 물에 젖어 찢어져 버리는 대참사가..ㅠㅠ
< 숑숑이 대형 사고 일어난 날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 앞에 캄캄해졌지만, 지난번 한 번 고쳐봤으니 비록 시간이 걸릴지언정 '이쯤은 문제없어~!' 하고 찢어진 곳을 정성스럽게 테이핑 하며 1시간여를 공들였는데.. 테이핑 한 곳이 너무 많아 부드럽게 잘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숑숑이의 목소리는 돌아오질 않았습니다.ㅠㅠ
딸의 하교 시간은 가까워지고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숑숑이 목욕한 후 잘 말려야 한다고 안방 베란다에 내놓았으니 하루 이틀 시간을 벌 수 있겠지 싶어 급한 마음에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하늘이 도우사 같은 인형을 발견했고, 마침 당일 배송이 가능해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부품만 바꿔 끼우려고 하나만 주문할까 하다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두 개를 주문했습니다. 딸이 오면 의중을 물어보고 숑숑이 친구도 만들어 줄까 얘기하면 엄마 최고 소리를 또 한 번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심산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하교 후 딸은 안방 베란다에서 햇볕 아래 잘 누워있는 숑숑이를 본 후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대한민국 택배 배송은 위대하여라~!
세계 최고 만만세~!
다음날 숑숑이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 도착했습니다.
< 새로 온 가족 샹샹이와 총총이 >
반가운 마음에 얼른 건전지를 넣고 전원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생긴 건 누가 봐도 일란성쌍둥이인데 목소리가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ㅠㅠ
이젠 뭐.. 더 이상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실직고할 수밖에..
딸이 돌아와 이것이 무엇이냐고 새로 온 인형을 보고 순간적으로 얼굴에 웃음꽃이 핀 딸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그만 표정이 얼어버렸습니다. 딸을 위로하고자 새로운 인형의 부품을 숑숑이에게 바꿔 끼우자 이건 숑숑이 목소리가 아니라서 의미가 없다고..
"딸아, 그럼 이 어미가 어쩌면 좋으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상황이 이러니 이해를 해줘야지 않겠느냐.. 블라블라&*%&%^*&%*
설득을 해서 겨우 마음을 달래 놓고 재우긴 했지만, 상심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숑숑이를 안고 잠이 든 딸을 보니 제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으니..
주말이었던 다음날 아침 눈을 떠 거실로 나가 보니 부녀는다정하게 이런 모습으로...
전날 밤 남편에게 상황을 얘기했더니 나름대로 아빠 노릇을 해보겠다고 딸과 함께 병원 놀이를 이렇게..--;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아무리 전문의가 아닌 돌팔이라도 그렇지.. 칼로 먼저 수술 부위를 자르다가 순간 "아니다, 먼저 마취 주사를 놓아야지." 하며 주사를 놓는 엉성함이란.. --;
숑숑이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다 순간 번뜩이는 생각에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주방 서랍에 있던 종이 포일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그렇게 숑숑이의 목소리 복구를 위한 엄마의 피나는 노력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 시작은 했는데 과연... >
그렇게 또 한 시간여를 혼자서 씨름하며 공들인 결과 기존과 싱크로율 99%를 보이는 부품을 만들었고..
< 엄마손은 만능손 >
이젠 대망의 순간만이 남았으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렇게 간절하고 눈물겨운 엄마의 사랑을 보셨나이까.
그 정성을 갸륵히 여기사 제발 숑숑이 목소리 한 번만 다시 들려주소서~!'
내 나이 마흔다섯에 이게 참 무슨 짓인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순간 자괴감도 들었던 적도 있으나 오로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만을 생각하며 잡념 떨쳐버리고 집중에 집중을 했는데..
아~!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이 무심하진 않구나~!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부품을 끼웠는데 우리 딸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숑숑이의 목소리가 돌아왔던 것입니다. "Hooray!" 순간 우리 세 명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고, 딸은 또다시 "엄마, 최고~!"를 외쳤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또한 "정말 엄마, 최고~!"를 외쳤고, 제 어깨는 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으쓱거리며 끝없이 올라갔습니다.
그날의 기쁨과 행복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순간의 기쁨도 잠시.. 숑숑이 한 마리로 족했던 딸의 강아지 사랑은 그날부터 세 마리로 늘어났으니..
숑숑이, 샹샹이, 총총이는 그렇게 또 딸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간식도 먹여 주고..(참 친절도 하여라. 자기 입에 넣기 전에 꼭 먼저 챙겨줍니다.--;)
< 너희들 한 입 나 한 입 >
아직 어리다고 낮잠도 재웁니다.(참 다정도 하여라. 다들 편히 자라고 따로 재우면서 혼자는 또 외롭고 허전하다고 저렇게...)
< 자장자장 낮잠 타임 >
책을 읽으면서도 늘 함께했고..(참 부지런도 하여라. 멀쩡한 카펫은 옆에 두고 또 저렇게 인형 친구들을 위해 직접 담요를 까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숑숑이 3인방의 문화적 소양을 위해 전시회도 함께..(그 마음은 내 알겠다마는 그러다 또 떨어져 더러워지면 그땐 더 이상 나도 모른다..)
봄소풍 가는데 당연히 같이 가야지..(그래 이젠 숙명으로 받아들여야지. 무엇이든 다 한 때라는데 이것도 분명 그 끝이 있겠지..)
엄마의 사랑은 위대하다고 어릴 적부터 들어 내 익히 알고 있지만, 내 너를 키우며 순간순간 몸소 체험하고 있구나. 너도 잘 알겠지만 이 어미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 네가 빚 받으러 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들도 있음을 내 감히 부인하지 못하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어찌 이토록 귀한 선물을 내게 주셨나 싶어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마음에 감동과 행복을 느낀 적도 수없이 많이 있음 또한 인정하는 바이다.
그런 너를 향한 사랑의 힘으로 엄마는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만능 손이 되어가고 있구나.
'딸아, 이것이 바로 어미의 사랑인 것이다~!'
나도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내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미처 몰랐단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종교, 사회과학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엄마의 위대한 사랑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그리고 너 또한 그 비상한 능력을 가졌더구나. 이 어미가 화내는 걸 본 사람이 없다는 전설이 있는데 오직 너만이 어미의 화를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아주 비상한 능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