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생일을 앞두고 생일 이틀 전 남편에게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나 봅니다. 생일 아침상을 차려 주려 하는데 제게 한 번 물어보라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생일이 한여름이라 무더운 날씨에 상차리느라 번거로우실 듯해 사실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기에 전화를 드려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어머님 또한 혹여나 부담스러워할 제 마음을 아셨던지 밥과 미역국, 김치만 준비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웃으셨습니다. 생일이 마침 휴일이라 늦잠 푹~ 자고 10시까지 오라고 하셨습니다.(시댁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걸어서 10분이라서..^^)
생일 아침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한다고 했는데 좀 늦었다며 30분만 늦게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시간 맞춰 천천히 갔더니 제 생일상은 이미 모두 차려져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가스레인지 불 앞에서 얼마나 땀을 흘리셨던지 상의가 다 젖어 있었습니다. 그 많은 음식을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셨으니 아무리 에어컨을 틀었다고 해도 무용지물이었을 터.. 한꺼번에 준비하려면 힘이 드니 일부는 전날 준비하셔도 될 것을 음식 맛이 떨어진다고 아침에 일어나 그 더운데 전도 부치고 모든 음식을 준비하셨나 봅니다.
그러니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결혼 후 맞이하는 첫 생일상만큼은 이렇게 차려주고 싶었노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차려주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며 웃으셨던 당신. 며느리를 위하는 어머님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 어머님이 차려주신 결혼 후 첫 생일상 >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며느리 생일상인데 옛날 사람이라 예쁘고 솜씨 있게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뭘 차려 줘야 할지 고민이 되어 첫째 딸에게 물어봤다는 그 마음이..(며느리가 시댁가족(12명)을 위해 정성스럽게 한 상 가득 준비했던 집들이 겸 어머님 생신상이 생각이 나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나 봅니다..)
언젠가 제가 우리 집 가족들은 아버지를 닮아 문어를 좋아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계셨던 그 마음이..
저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히 움직여 차린 밥상이 부족하면 어쩔까 싶어 더 많이 차려주지 못해 미안하시던 그 마음이..
올해 복숭아가 참 맛있다고 한 마디 했거늘 그걸 또 생각하며 예쁘게 모양낸 복숭아가 담긴 화채를 준비하신 그 마음이..
생일 다음날 집들이가 있어 친정 언니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우리 집에 들른다고 하니 준비하신 모든 음식을 일일이 포장해서 챙겨주시는 그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집에 와서 그렇듯 아끼며 알콩달콩 살아줘서 너무나도 고맙다는 그 마음이..
붉은색 봉투 안에 용돈 20만 원과 함께 있던 편지에 고스란히 담긴 사랑의 그 마음이..
그 모든 것이 제겐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 후식으로 준비해 주신 마음이 담긴 복숭아 화채 >
아침상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점심땐 시댁 가족들과 외식을 했습니다. 그날 점심값도 어머님이 계산하셨습니다. 두 아주버님들이 준비해 준 생일 케이크, 시조카들이 준비한 작고 귀여운 선물, 그리고 형님들이 준비한 용돈. 새로운 가족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 마음들..
서른일곱 조금은 늦은 나이에 결혼해 이렇듯 시댁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살아서 좋다고 하셨던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그날의 추억으로 또 한 번 환한 웃음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 참으로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결혼 전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해도 화목하고 사랑이 가득한 집이었으면 하는 제 소원이 이뤄져 또 한 번 고마웠던.. 제 생애 잊지 못할 생일의 기억이었습니다..^^
< 서른 일곱, 잊지 못할 생일 그날의 기억 >
어머님의 말씀처럼 그렇게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주셨던 생일상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며느리를 생각해 준비한 밥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매번 아들보다 며느리가 좋아하고 잘 먹는 음식을 준비해 주십니다.
< 밥이 보약, 이것이 사랑받는 며느리 클래스 >
비빔밥을 유난히 좋아하는 며느리를 위해 이렇듯 온갖 나물들을 준비해 상을 차려주시고, 또 모두 챙겨 주시기도 하고, (사진에 없는 열무김치는 그저 덤입니다.)
< 이것이 음식인지 사랑인지 >
< 이걸 또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분주하셨을까 >
편히 사 먹어도 될 것을 집밥을 먹이고 싶으셨는지 근처 공원에 나들이 갈 때도 그냥 간단하게(?) 반찬 몇 개 해서 가자고 하시더니 또 언젠가는 이렇게 준비하셨던 적도 있습니다.
< 어머님 기준 간단히(?) 준비한 나들이 점심 >
< 비빔밥 재료만 있으면 무조건 비비 go~! >
이 모든 음식은 그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 안에 들어 있는 당신의 그 마음,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만큼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쉽지 않은 힘들고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순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딸보다 더 챙겨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그 마음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하나뿐인 며느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을 그 누구보다 믿고 응원해 주시고 대견해하시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어머님에게 전합니다.
어머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함께하는 시간들도 그러할 거예요. 그러니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