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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Jul 21. 2021

엄마에게 받은 속옷 선물, 그 안에 담긴 사랑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오래오래 사세요~♥

막둥아~ 오늘은 속옷이 아직 안 나왔네요?


출산 후 2주간의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어머님이 손수 산후조리를 해주신다고 했을 때, 가장 맘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속옷 빨래였습니다. 아무리 사이좋은 고부 관계라고 해도 며느리 속옷을 매일 같이 빨게 한다는 것이 며느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요.


늦은 결혼에 늦둥이 막내라 지방에 계신 부모님에게 불편을 드리기 싫어 출산 후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저만 불편하지 않으면 당신이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신혼집과 시댁은 걸어서 10여분 거리라 임신 기간 내내 시댁을 내 집 드나들 듯하며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런 제게 어머님이 어렵게 느껴질 리 없었고, 연로하신 엄마를 대신해 내리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어머님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시댁에서 100일, 친정에서 3주 총 4개월여 동안 양가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산후조리를 했습니다.


어머님도 늦둥이 막내라 친정 엄마가 석 달 동안 산후조리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 덕분인지 어머님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한 것 같다시며 두 딸들이 출산했을 때도 두 달여를 손수 산후조리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며느리의 산후조리를  당신이 자청하셨던 것입니다.


< 이렇게 작던 네가 언제 이리 컸니?^^>




그렇게 시댁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로가 끝난 줄 알고 패드를 하지 않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속옷에 흔적이 남아 있어 직접 손빨래를 하려고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그걸 지나치지 않고 그렇듯 속옷을 내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님, 오로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조금 나오네요. 직접 빨려고 했는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번거롭긴 무슨...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줘요."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팬티는 엄마가 저 출산했을 때 사 가지고 오신 거예요."


"아니, 멀리서 오시는데 그 정신없는 와중에 그것까지 챙겨 오시다니."


"어머님, 사실 엄마가 제게 사주시는 속옷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그래서 엄마에겐 본의 아니게 죄송하고, 고맙고 그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20대의 어느 날이었던 듯합니다. 학창 시절,  5남매 중에서도 유난히 말이 없었던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철이 들어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계기는 별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극 중 딸이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당신은 못내 부러웠나 봅니다.


"우리는 딸이 4명이나 있는데 저런 딸이 한 명이 없네."


엄마 혼잣말이었는지 옆에 계셨던 아버지에게 하셨던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싸르르 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마음을 표현도 안 하고 살았는지... 그래서 그 이후부터 조금씩 노력하며 우리 집안의 애교와 재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닮아 유난히 말이 없던 저는 엄마 앞에서는 온갖 애교를 부렸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냥 별 뜻 없이 했던 말이 엄마의 마음에 걸렸던 듯합니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일하느라 바빠 내가 직접 속옷을 사 챙겨 입었던 것 같다고 말했는데,  엄마는 그땐 사느라 바빠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며 당신이 정말 그랬었느냐며 되물으셨습니다.


그렇게 되물으시며 이젠 뭐든 다 해줄 수 있는데 자식들이 이미 다 커버렸다며 엄마는 아쉬워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예전엔 그랬노라 말한 것일 뿐 마음을 아프게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당신은 그것이 가슴에 두고두고 남으셨나 봅니다.




그 이후부터 엄마는 종종 저를 위해 속옷을 선물해 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주중에는 언니 집에서 직장을 다니고 주말마다 집에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집에 도착한 저를 위해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러 주방에 들어가시면서 안방 장롱에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장 보러 갔다가 팬티를 사 왔다고. 젊은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샀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고 한 마디 하셨습니다. 엄마가 사 온 속옷은 미색의 레이스가 달려있는 3장의 팬티 세트였습니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져 한참 동안 속옷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막내라고 하거늘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다 커버린 딸인데도 불구하고 그 이후부터 어린 시절에도 잘 챙겨주지 못했던 어린이날에도 서 너 해 넘는 동안 속옷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겨울에는 날씨가 춥다고 챙겨 입으라며 내의를 몇 해 동안 사주셨고, 속옷 가게를 지나다가 문득 생각이 나 그냥 사 가지고 오신 적도 있다 하셨습니다.


어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속옷 선물은 이후 계속되었습니다. 결혼 후 친정에 갔는데 엄마가 책상 위에 속옷을 사두었다며 언니들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한 마디 덧붙이셨습니다. 속옷은 언제나 막내에게만 사주는 엄마의 특별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임신 중, 유난히 몸이 무겁거나 입덧에 힘이 들어 엄마가 그리운 날엔 선물해 주신 속옷을 입으며 마음을 달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일이 뭐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알싸 해지는 엄마의 그 사랑.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던지. 엄마가 선물해 주신 팬티는 입덧을 가라앉게 하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마법의 속옷이었습니다. ^^


< 엄마의 사랑이 담긴 속옷 >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어느덧 마흔 중반이 되어 올해 초등 학부모가 된 지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엄마가 더욱더 그립고 보고 싶고 생각이 나곤 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함을, 그 고단함과 고생스러움을, 그리고 크나큰 사랑을... 아직은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양  품에서 만 바라보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통해 조금씩 그렇게 저도 느끼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우리 엄마라 정말 정말 좋아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진출처 : Pixabay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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