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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화
시작
Ep.01
by
부지러너
Mar 4. 2024
나는 시작병에 걸린 사람이다.
인생에 하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난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운동을 해본 것만 나열해도
달리기, 수영, 탁구, 배드민턴, 야구, 축구, 미식축구, 테니스, 배구, 스케이트, 농구, 골프, 복싱, 헬스, 요가...
다녀본 나라만 해도
미국,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독일, 영국,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그리스...
다년본 회사만 해도
S사, P사, 다른 S사 그리고 대기업 10년 이후 스타트업까지
나가본 모임만 해도
독서모임, 취미모임, 목표설정모임, 업계모임, 동갑모임, 학교모임, 낯선 모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큰 의미가 되는 나의 뇌 구조는
매일매일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고 실행하게 하는 힘을 주지만
새롭게 시작하지 않고 익숙하게 반복하는 것에 쉽게 싫증 나게 한다.
오늘도 문득 이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 버렸다.
나름 생각한 걸 바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시작한 것을 지속하는 힘까지 있다는 전제에 성립되는 유효함일 것이기에
나는 시작하고 벌여놓은 일들만 쌓여가고
결국엔 용두사미에 다다르는 꼴을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나는 이제 그만 시작하고 싶어졌다.
월화수목금 9~6시 일을 하고
토일 육아와 운동을 하고
그렇게 나의 인생은 반환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앞으로도 내 인생에 어떤 변화나 굴곡이 크게 없다면
이런 삶을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지속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잭팟을 터뜨릴만한 투자처나 로또당첨을 기대하며
젊은 나이에 은퇴하여 자유로운 삶을 살고
그때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꿈꾸어보지만
결국 그 생각들은 지금 유지하고 있는 것들을 부정하고
또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허황되고 무한히 반복되는 나의 시작병 말기의 증세임을 알기에
나는 이제 그만 시작하고
시작해 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이직한 곳에서 커리어를 잘 마무리하고
레슨을 받고 있는 테니스를 기본기까지 잘 마무리하고
돌아가신 아빠의 말씀과 유산들을 잘 정리하고
내가 낳은 내 자식을 온전히 잘 키우고
그러다 보면은 더 이상 새로운 시작 없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인생의 순간들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66일의 첫 글을
시작하고 있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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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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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년 채우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부지런함을 원동력으로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오늘도 아침일찍 일어나 달리며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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