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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Ep.02

by 부지러너

내 삶을 지배하는 많은 것들 중에

단연코 압도적인 것은 남들의 시선이다.


누가 신경 쓰라 한 적도 없는데

난 어디서부터 어떻게 남들을 의식하게 된 걸까


애초에 태생적으로 DNA에 새겨진

관심을 원하는 종자의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4살 딸아이의 엉덩이 춤과

그 춤을 추어내면서도 뒤돌아 관객들을 살피는

눈동자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아니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시작된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시험문제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10년 넘는 경쟁의 학창 시절로 인해

시선과 관심에 얽매이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성인이 된 후

한껏 멋 내고 이성에 관심을 가진 뒤

내가 마음에 드는 친구를

나의 이성친구로 만드는 과정에서

몇 번의 좌초와 실패로 말미암아

나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더욱 고심하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혹시 입사했던 회사에서

100명의 동기와 각자 배치될 부서를 정할 때부터

부서의 배치되어 기라성 같은 선후배들 사이에서

핵심부서 핵심인물 핵심업무 곁에 있는다는 것이

나의 성장과 평가에 얼마나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깨달았던 순간으로부터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어떤 원인과 계기로 인해

시선에 사로잡혀 살게 되었는지보다도

앞으로 어떻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지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남들의 평가와 인정보다는

나 스스로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인식하는

나 스스로에게 있는 것 같다.


욕심은 끝이 없어서

항상 아래보다는 위와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게 됨으로 인해

만족의 기준은 끝없이 높아지고

이 정도면 됐겠지 싶다가도

더 나은 사람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바라 볼

하찮은 시선이 상대적으로 나에겐 화살이 되는 것 같다.


나만의 절대적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사회적 동물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 있으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삶 속에서

비교와 대조가 주는 유희를 생략하고서라도

나 스스로에게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온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나의 삶의 기준을 찾는 것


그것이 시선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유일한 묘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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