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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Ep.09

by 부지러너


나는 겁쟁이다.
눈이 커서 겁이 많은 걸까
아님 천성에 근심 걱정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진화론적으로 생존 본능을 타고나
경계심과 두려움을 잘 느끼는 사람인 걸까?

나의 쓸데없는 걱정들은 항상 나를 사로잡는다.
아주 작은 실패나 좌절도 크게 기억에 남아
똑같은 좌절을 회피하기 위해 두려움에 떤다.
그리고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될 것 같은 두려움에
마음 편할 날 없이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 라는 탈무드의 명언을 보고도
'걱정이 멈추고 싶다고 멈춰지나' 싶은 생각이 든다.

걱정은 도전을 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새로운 시도의 제약조건을 만들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불안을 조장한다.

걱정은 현재 보단 미래를 대비하며 살게 만들고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 곱씹게 한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주변 사람들
나를 둘러싼 환경과 주어진 것들에 감사함보다는
더 가지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지금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긴다.

열심히 달려야만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앨리스의 붉은 여왕이 한 이야기처럼
어쩌면 나는 평생 걱정의 트레드밀을 달리는
불쌍함 심리 유산소를 반복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걱정의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트레드밀에서 내려와
내가 원할 때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걱정과 불안을
이용할 수 있는 주도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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