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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Ep.11

by 부지러너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이미 나를 아는 사람들은 콧방귀를 뀔 것이다.

네가 낯을 가린다고?

사실 나는 초등학교를 네 군데나 다녔던 경험에서
본능적으로 모르는 집단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새로운 공동체에 속해지기 이전에
그들의 원칙과 문화를 모른 채 나를 드러내는 것이
엄청난 리스크를 지는 것임을 일찍 깨달은 탓이다.

그럼에도 한 번 친해지면 누구보다 인싸력을 발휘할 수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우며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라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을 나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독서모임에 나와
회사와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난 사람을 만나는 것에 어떤 가치를 두는지 궁금하다.

빠른 은퇴를 하게 되면 제주도에 가서 살겠다는 꿈을 꿨지만
코로나로 강제 재택을 하며 사회와 격리된 시절에
첫 한 달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자유로움을 누렸지만
그 시간이 지속될수록 가족만으로는 모든 걸 채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가면 한적한 전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심심하지 않을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결국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몰입하는 나의 성향이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효용과 가치를 얻는지 고민해 보니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에 뿌듯한 것과
내가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게 되는 짜릿한 경험과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경험을 흡수하는 것이

내 삶의 궤적을 바꾸고 다양하게 뻗게 하
나를 살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 삶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나 눈치를 보게 되거나
비교하게 되거나 주인의식을 잃게 되지는 말자.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지속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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