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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지러너 May 09. 2024

꾸준함

Ep.13


나는 뭐든 할 거면 잘하고 싶은 성향이다.

누가 안 그러겠냐만은 나의 강박은 더욱 심하다.

무엇인가를 할 때 남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하지 못하고 그저 다른 이들 중의 하나에 묻혀가는 존재가 되는 것에 큰 좌절감을 느끼기에 무엇을 하든 두각을 나타내거나 엣지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실 모든 분야에서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이걸 시작하면 얼마나 큰 공수가 들고 그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될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오히려 모든 것을 실행하기 전에 각을 재고 간을 보게 된다. 막상 시작하고 나면 또 열심히 하지만 시작한 뒤에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일회성으로 실행되는 행위에서는 준비를 잘해서 한 번 하고 나면 끝이라 문제가 없지만 어떤 결심이나 시작이 꾸준히 유지, 반복되는 것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단거리를 잘 뛰는 사람이었고 무엇이든 임팩트 있게 짧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성향 탓에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이나 지속적으로 끈기를 갖고 무엇을 하는 것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조금 하고 나서는 조금 덜 해졌지만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고 무엇인가를 지속하는 것이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렵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산화하듯 반짝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꾸준히 무엇인가를 지속할 때 만이 갖게 되는 이득은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시작해 본 유튜브 채널만 5개, 블로그도 여러 번, 브런치 책도 여러 권 시작하다 결국 끝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처럼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순간들이 있기에 사고를 전환하여 꾸준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작심삼일을 10번 반복하면 30일이 되는 것. 꾸준함을 유지하기 힘들면 매번 새로운 시작처럼 해보는 것. 그렇게 브런치에 매주 월요일마다 글을 쓴 지 1년이 넘었고 달리기를 한 지 4년이 넘었다.


사실 누구에게나 꾸준하게 무엇을 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다양한 변화들을 섞어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지 정말 매번 똑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자연의 변화를 거스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이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꾸준함을 유지 못하는 나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라도 꾸준함에 가까워지는 유사행위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그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나에게 그나마 꾸준함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길이며 이를 통해 무엇인가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함 희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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