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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일
Ep.08
by
부지러너
Mar 11. 2024
일과 삶을 분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일과 삶을 적절한 균형으로 유지하고 조화롭게 배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사실 그 누구보다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절제력이 높지 않아 생산성 있는 일이나 공부보다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계속 유희를 즐기는 성향임을 알기에
어려서부터 절제하는 법,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많은 훈육을 받아야 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같이 30년 이상 출근을 해 온 아빠가 대단하게 느껴졌었고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나는 더 이상 일을 할 동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매우 수동적인 저성과자로 몇 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하게도 좋은 선배를 만나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도 항상 그 선배가 내게 일을 주었던 방식이나
일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공유해 주었던 기억을 통해
일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곱씹곤 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하게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더 중요한 일에 Assign 되었고 성취감을 느낄 일들이 많아졌으며
그로 인해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지게 할 만큼 좋은 동료들과 함께
행복한 업무시간을 보내며 성장을 해왔고
그러다 주어진 더 큰 기회에 더 많은 일들과 권한을 부여받아
단 기간에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나 스스로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들었던 고민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계속 이곳에서 이렇게 일했을 때 5년 뒤, 10년 뒤 다다르게 될 미래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많이 했던 고민은
'일을 왜 하는가?'였고
장기간의 걸친 고민의 결론은 '일을 관두기 위해서'였다.
일을 관둔다는 것은 사실은 아무 일 없이 놀고 싶다라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지위와 명성과 부를 갖추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더 가파른 성장의 폭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은 더 큰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 자리에서
그 무게를 견뎌가며 더 큰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과 삶의 분리는 자연스레 불가능해지고
나에게 스스로 되묻는 과정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지금 왜 일 하는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일을 한다는 것이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 어느 정도는 깨달았다 생각했었지만
회사와 주변환경, 동료들, 업무까지 모두 변하고 나니
나는 또다시 새로운 일에 대해 고민하며
내가 일하던 방식과 내가 꿈꾸던 일이라는 것이
어쩌면 절대 다다를 수 없는 곳에 있는 허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직하기 전 봤던 사주에서 평생 일 할 사주라고 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나 스스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내가 느끼는 고독감과 쓸쓸함이
나에게 어떤 텐션과 동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겁이 나다가도
그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지워지지 않아
오늘도 그 허상을 쫓아 나는 더 열심히 일을 한다.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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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년 채우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부지런함을 원동력으로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오늘도 아침일찍 일어나 달리며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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