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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Ep.06

by 부지러너

그는 항상 엄했다.
그는 항상 무서웠다.
그는 항상 심각했다.
그는 항상 기준이 높았다.
그는 항상 칭찬에 인색했다.
그는 항상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다.
그는 항상 집에 잘 없었다.
그는 항상 더 기대했다.

그는 항상 날 잘 키워보려고 엄했던 것 같다.
그는 항상 엄격한 규율에 익숙한 직장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나한테도 무섭게 대했던 것 같다.
그는 항상 우리 가족의 생계와 자식들의 학업, 형제자매들의 건승과 부모의 건강을 신경 쓰느라 심각했던 것 같다.
그는 항상 내가 더 큰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 기준이 높았다.
그는 항상 잘했다는 칭찬에 인색했지만, 그 누구보다 밖에서 자식자랑을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지만, 자녀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을 뿐 항상 대화하고 싶어 했다.
그는 항상 우리 집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가족과 떨어져 지방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항상 자식들의 성공이 본인 삶의 소명인 것처럼 모든 삶의 의미를 자식들에게 쏟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항상 아빠를 보며
아빠 같은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되뇌곤 했는데
아빠를 더 이상 볼 수 있는 지금에서야
아빠의 사랑으로 지금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었고
내 아이에게 사랑을 다 하는 아빠가 될 수 있으며
삶을 부지런히 지속하는 모든 근원이 아빠로부터 왔음을
깨닫게 된다.

아빠, 오늘도 하늘을 보며
아빠가 계신 그곳을 상상해 보네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너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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