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동일한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은 계획으로부터 시작된다. 혹자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 다체로 부담이 되거나 계획을 세우는 시간 자체가 계획을 실천하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달성률을 높이는 데뿐만 아니라 삶의 선택지를 더 많이 만들어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데이트 계획이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늘 먹을 점심도 메뉴 고민하지 않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것을 견디기 힘든 성향의 사람이다.
어딘가를 이동할 때는 항상 최적의 경로와 최소시간을 고려하고 길을 걷다가도 몇 백 미터 앞의 횡단보도의 신호주기를 계산하며 평일이나 주말이나 시간계획을 세우고 보낸다.
숨 막히는 삶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계획 없이 흘러간 시간이 나에게 큰 의미를 준 기억이 없기에 나는 항상 계획을 세우는 쪽을 택한다.
다만, 계획적인 삶과 방식을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은 지 오래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폄하하지도 않는다.
데이트 계획을 소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친구 덕분에 그다음 만난 친구에게는 무계획적인 데이트를 계획하게 되었고 엑셀에 시간단위로 짜던 여행계획은 스미트폰의 등장으로 행선지와 동선 정도만 정하게 되면서 나도 어찌 보면 즉흥적인 삶의 궤적에서 느껴지는 짜릿함도 간혹 맛보는 사람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오늘 같이 일요일 밤이 다 가도록 지난 주말 세웠던 매일 달리도 글을 쓴다는 계획이 나 스스로를 옭아매는 순간이 오면 가끔 정말 아무것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고 싶다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아이를 재우고 다시 거실에 나와 내가 7일 전 세운 계획을 깨고 싶지 않아 다시 글을 쓰는 거 보면 나는 계획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속 마음에서는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가는 삶을 살고 싶어서 이토록 계획적으로 내 목표한 바를 누구보다 빠르게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