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현 Dec 26. 2023

달의 크기

[짧은 글]

 때론 너무 멀리 떨어져 작게만 보이는 것이 있다. 

 내게는 사랑이 그렇다. 멀리 있어 손에 다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래서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만들지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것은 점점 커져 두 손으로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그 크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황홀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커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핑계 삼아 멋대로 행동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작게만 보이는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며 혹시 또 손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때는 잘 다뤄보리라, 소중히 보듬어 보리라 하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계속되는 내 착각. 이제는 사랑이 두렵기도 하다. 결코 작은 것이 아니기에 그 압도적인 크기 앞에 놓였을 때 차분해야 한다고 늘 생각을 해 보지만 또다시 나는 사랑 앞에 처음 서 본 사람처럼 행동하곤 한다. 

 이른 밤 산책길에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본다. 너무 멀리 있어 손톱보다 작아 보이지만 저 달은 넓은 바다를 밀어내고 당겨낸다. 또 수많은 파도를 일으켜 부서지게 한다. 

 달은 작지 않다. 

 이제는 사랑의 크기를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하여 다시 사랑 앞에 걸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다가갈수록 그 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인지하고 또 겸허해지리라. '저것은 달처럼 크다. 저것은 달처럼 크다'라고 읊조리며.







글, 사진 :: 임성현

Insta : @always.n.alldays

매거진의 이전글 한밤의 십자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