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당신의 책에 밑줄을 긋는 사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라며 당신은 나에게 책을 건넸죠. 밑줄을 그으며 읽어도 되냐는 나의 물음에 당신은 괜찮다고 말했어요.
당신이 두 눈으로 천천히 쓸어 내려갔을 글자들을 이제 내가 더듬어 내려가고, 문득 눈길이 머무는 곳에 밑줄을 그어요.
언젠가 당신이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당신은 내가 그은 밑줄들에 눈이 가겠죠. 그럼 내 생각이 나겠죠.
누군가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신의 책에 밑줄을 긋는 사이라 하겠어요.
글, 사진 :: 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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