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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Aug 16. 2021

휴가

휴가 충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매 여름마다 휴가를 떠난다. 


이번 휴가지는 어디로 갈지, 계획을 할 때의 설렘 그리고 휴가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밤 잠이 안 오고, 째지는 것 같은 설렘과 떨림이 시작된다.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탁 트인 경관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회사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해방감,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까지 며칠 안 되는 짧은 휴가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남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진다. 


반복되는 고된 회사 업무 그리고 하면 할수록 정답이 있는 건지 어렵고 복잡한 회사 생활에 대한 대가로 작고 소중한 일용한 양식을 얻는 시간으로 사용된다.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력이 필요한 법이기에, 노동력을 멈추고 평생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다. 7일 중에 5일을 일하고, 주말 2일은 쉴 수 있다고 하지만 완전히 충전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휴가'라는 재충전의 시간이 있기에 우리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 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리프레시' , '재충전' 이 필요해라는 말을 자주 하며, 휴식을 충전이라는 말을 대신해서 쓰곤 한다. 사실 충전은 보통 기계들을 충전할 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가? 이는 우리를 기계와 동일시 취급하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재충전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다들 노동보다는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거나, 주식 혹은 비트코인 등 불로소득을 상상하곤 한다. 과거에는 노동의 가치가 땀을 흘려 번 가치였다면, 이제는 땀을 흘리는 노동 대신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긴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노동의 가치가 전보다는 많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꾸역꾸역 다음 휴가지를 계획하며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토요일부터 시작된 약 3일간의 짧은 휴가가 끝이 났다. 참으로도 씁쓸하지만 황홀한 나의 휴가의 순간을 또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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