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첫 만남 그리고 빠른 이별
나 역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였지만, 헤어짐도 빨리 찾아왔다.
고작 서너 번 밖에 만난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인데,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이 몇 시간 남짓한 짧은 만남 동안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그 사람의 취향과 취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만남을 이어가던 도중 갑자기 만남을 그만하자는 통보성 연락을 받게 되었고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굴었는가? 너무 적극적이었는가? 아니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따지며 묻고 싶었지만 괜히 상처 받을까 봐 되묻지 않았고, 그와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정리하게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일명 금사빠라고 불리는 나는 한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고, 아픔도 금세 잊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사람은 다른 무언가가 있었는지, 시작도 못한 이별이 생각보다 나를 힘들게 했다. 그와 잘될 거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서로 다음에 무엇을 할지 기약을 하며, 하나둘씩 계획을 해나갔기 때문이다. LP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자, 그럼 회현에 있는 지하상가에 가자며 약속을 잡았고 나를 위한 배려있는 행동에 설레었다. 마지막 만남에 있어서도 헤어지며 "그럼, 또 언제 볼까요?, 시간 괜찮은 날 말해줘요" 라며, 그 사람과 나는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합의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가 이별을 통보하며, 나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에게 애착이 가고 짧은 시간 안에 정을 준 탓인지 이번 헤어짐은 이별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나도 이제 이십 대 후반이 되었고,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오래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 만큼, 재고 따지는 것도 많아졌고 초반에는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 이제는 대화의 가치관, 분위기, 취향 등 나와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더 끌리게 되었다. 어릴 때는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어도 단지 어려서, 아직은 기회가 많으니까..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정말 나랑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정말로 '오래' 연애를 하고 싶고, 단순히 감정을 교류하는 것에 넘어서 일상을 공유하고 내가 챙기고 또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