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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Aug 14. 2021

나이

나이를 말해주세요


한국 사회에 살다 보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자 이름보다 중요한 게 나이일지 모른다. 나는 한국을 살아가면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바로 '나이'를 심하게 중요시하는 사회적 풍토이다. 우리는 나이를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누기도 하며, 취업을 할 때에도 여자의 취업 나이 적정선은 몇 살이고 남자는 20대 초반에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모든 일에 있어서 나이를 규정짓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 


영국 유학 당시에 처음 새로운 수업에 들어가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처음 나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는 "안녕, 나는 대한민국에서 왔고, 23살이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이렇게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스위스 친구가 나한테 나이는 왜 말하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남들한테 나를 소개하는 과정에 있어서 나이를 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익숙했던 문화에서 자랐고 나이에 따라서 형, 친구, 누나, 동생으로 호칭을 나눠서 불러야만 했다. 사실 서양 문화권에서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본인의 나이를 망각한 채, 태어난 출생연도를 말하는 친구도 있어서 나한테 그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이렇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이력서를 작성할 때에도 제일 먼저 나이를 적어야 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도 나이에 따라 해야만 했던 일을 수행하지 않으면 질문을 받는다. 20대 초반에 휴학 생활을 보냈다면 그 휴학 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증명을 해야만 한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던 건데,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 내 휴학 생활에 대한 타당함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이처럼 나이에 따라 무엇을 하라고 규정을 해놓은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 말도 안 되는 규정과 틀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또, 무엇을 처음 시작할 때 있어서 내가 이제 나이가 20대 후반이라서.. 혹은 30대라서..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나도 이 점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걸 안다. 하지만 내 나이를 생각하며 쉽게 포기를 해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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