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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Mar 08. 2022

모든 걸 청산한 채 내려가고 싶다

우리는 토양과 공기를 먹고 자란 작물이란 걸...


도시를 떠올리면 '24시간 편리한 딜러 버리 서비스' , '다양한 볼거리' , '추가 배송 요금 X' , '잘 터지는 와이파이' 등 편리한 것들이 너무도 많지만 밤에도 눈과 귀가 피곤할 것 같은 시끄러운 소음과 각종 공해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런가, 더 자연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생긴다. 또한 묵묵히 책상에 앉아서 내 결정이 아닌 상사의 결정과 허락을 받고 일을 해야 하는 암묵적인 이 공간에서도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가끔씩은 답답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월급날만 기다리고 넘어가버리는 이 재미없는 인생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공장에서 돌아가고 있는 기계와도 다를 바 없는, 감정이 싹 메말라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되자마자, 도시의 빡빡한 삶을 뒤로하고 도시의 삶을 모두 청산하신 후 넓은 논과 밭 자연으로 뒤덮인 시골 마을로 내려가셨다. 서울 토박이였던 우리 엄마가 흙을 밟고 산다니, 엄마 때문이라도 금방 다시 서울로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덧 9년 차가 되어버린 두 분은 그곳에 완전히 정착하며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가끔씩 놀러 가는 부모님 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서 과자를 살 수 있는 편의점조차 없다. 심지어 가로등도 집 주변에는 없어 밤이 되면 온통 암흑세계로 바뀐다. 저녁이 되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나긴 정막과 푸르른 하늘 속 반짝이는 작은 별과 달 그리고 나지막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뿐이다. 서울에서 느끼는 경적음, 구급차 소리 등 여러 잡음이 섞이지 않은 자연 친화적인 이곳에 오게 될 때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곳에 살면 불편한 점들도 많긴 하다. 부모님은 조금 덜 불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기보다는 그냥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살고 계신다. 어쩌면 자연 하나로 모든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네가 가진 좋은 장점   하나는 계절마다 보여주는 다양한 풍경 때문이다. 계절별로   있는 풍경이 다양해 눈이 즐거워진다. 도시에서  듣지 않았던 새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게 되고  비를 좋아하는 나한테는 처마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하나까지도 마음든다. 천천히 오감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아직은 도시를 벗어날 수는 없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내 나이가 40대에 접어들 때면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벗 삼아 살고 싶다.


내가 정말로 꿈꾸는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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