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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Apr 20. 2022

우리 집에 내려온 천사,  반려견을 키운다는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견 입양일기

뽀또야 격하게 환영해!  


 코흘리개 초등학생 시절에 엄마 아빠한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몇번 했지만, 모든 책임감은 부모님께서 물려받을 거라는 걸 아셨는지 극히 반대하셨다. 자식 하나를 더 키우기 싫다는 엄마와 냄새나고 돈도 많이 든다는 아빠를 설득하기기에 아직 책임감도 부족하고 어린 나이인 나 하나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나를 달래기 위해서 애견샵이라도 가자는 말에 따라갔었지만, 자기를 데려가라는 강아지 아기들의 재롱에도 불구하고 같이 따라왔던 아빠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호기심은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학생활을 거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여전히 사는게 너무 바쁘고 내 밥도 잘 못챙겨먹는데, 내가 이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앞섰다. 이젠  좀 더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달까? 무엇보다 생명을 데려 오는 일이라 많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와 형 둘이 사는 집이라 둘 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정말로 우연히,,, SNS에서 유기견 입양을 홍보하는 채널에 아이의 깊은 사연에도 불구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유기견 이었던 이 아이는 모견도 없이 떨어져 자랐고 링웜, 피부병 등 각종 질병을 어린 나이에 심하게 앓아 힘겹게 성장했으며 다행히도 3-4개월만에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지만,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파양을 당했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아니지만 1년도 안된 아이가 가진 상처와 스토리 때문인지 아직 많이 남은 아이의 일상에서 더 많은 행복을 채워주고 싶어 보호소 측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입양에 대해서는 신중해야하기 때문에 아이의 입양보다는 임시보호를 선택했다. 우리집에 오기전에 아이는 이미 해외입양이 확정됐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고, 내가 아이를 보호하다가 출국해야한다는 말을 전달해주셨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입양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이 점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일단 보호소 측에다가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기는 했지만 이미 해외 입양이 확정 되어 2주 정도 임시보호를 부탁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주셨고 일단 나도 확신이 없으니 알겠다고 했다. 3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가 좋아했던 주인(파양자)과 헤어진걸 알았는지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들어오지도 않고 신발장 앞에서 울고 있었다. 더 마음이 미어졌다고 해야할까?


 아이는 파양처 쪽에서 어떻게 자라왔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남자를 무서워했으며, 롱패딩을 장착하고 다니는 (아무래도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사람들 마다 무서워하며 숨거나 짖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건 나도 처음 이기에, 입양하기 전부터 강형욱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올라온 모든 동영상들을 시청한 것 같다. 또 애견 서적도 읽으며 초보견주로서 탈출하려고 많은 공부를 했다. 조금씩 아이가 나한테 문을 열고 다가오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는 아이에게 책임을 다하고 싶었고 또 한번의 이별을 맞게 해주고 싶진 않았다. 이제야 사랑스럽고 밝게 웃는 아이를 해외로 보낼 자신이 없기에, 임시보호를 취소하고 보호소 측에 입양의사를 다시 한번 전달하였다. 다행히도 내 진심이 통했는지 해외입양자 쪽에서도 이해를 해주었기애 아이를 내 품에서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뽀또는 우리집에 오기 전부터 똥을 먹는 식분증이 있었고, 전에는 다른 강아지랑 자라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우리집에 오고 나서는 집에 잠깐 쓰레기만 버리러 나가도 하울링을 하거나 벽을 뜯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던 아이였다. 아이가 똥을 자주 먹었던 건,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전 주인이 산책을 자주 하지 않아서 심심해서 놀아달라는 의미로 그런 거였나? 혹은 다른 강아지와 같이 자랐기에 자신한테 관심을 보여달라는 표시인가? 싶어 아이와 더 자주 놀아주고 산책도 최소 하루에 2번 많으면 3번정도 다니며 아이에게 정성을 다했다.

또, 분리불안은 지속적인 사랑을 주고 안정감을 주며, 내가 나가도 다시 돌아온다는 확신감이 아이에게 생겼는지 이제는 분리불안까지 사라지게 되었다.


 어쩌면, 뽀또를 데리고 오기 전과 후 일상이 바뀐 것 같다. 조금은 내 일상이 아이를 위해 맞춰진 것 같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보통 그런다.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되게 번거롭고, 일이 많이 간다는 것을...

나도 이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이가 나한테 주는  많은 기쁨과 사랑과 비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를 통해 내가 얻는게 더 많다.


아주 긴 하루, 지쳐서 집에 들어와서 구겨진 몸으로 침대에 누워있으면 어느 순간 나한테 먼저 다가와서

위로도 해주고, 온기를 나눠주는 모습을 통해 나도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희망을 바라보며 살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는 빠르게 흘러가는 건 안다.

나중에 많이 울게될 걸 알지만 그래도 매순간 아이와 많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뽀또야,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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