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변화란 없다

실로 썩은 치아를 뽑는 방법

by Phd choi 최우수

변화, 혁신, 개선 등의 단어는 요즘 웬만한 조직이라면 이맘때 많이 작성하는 사업전략이나 사업계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단어 일뿐 아니라, 조직 내 회의나 문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에 따르면, 수십 년간 회사를 다니며 위기경영 아닌 적이 없었다하니, 위기, 변화, 혁신은 이젠 때 되면 한 번씩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실시간으로 지속해야 하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일과가 된 느낌이다.



상시 변화의 시대


그럼 변화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필요할까? 그리고 그 시간들은 어떻게 채워지고 보내져야 할까?

변화를 시도할 때 다소간 변화란 단어와 어색하지만 자주 쓰이는 표현이 바로 '점진적 변화'다. 물론 아무리 급하고 큰 변화도 구성원의 문제 인식, 공감, 참여 그리고 적응 등 거쳐야 할 단계가 있고 단계별로 시간도 필요하게 마련이다. 변화 대상이나 변화의 크기, 변화 활동 등에 따라서 시간의 길고 짧음은 정해질 것이다.



'점진적~'의 숨은 의미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 점진적은 미루기의 그럴싸한 포장으로 쓰인다. 속담으로 하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와 유사하다. 최근 변화가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해도, 조직 내 변화의 대상은 그간 쌓여온 모순과 비효율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많이 변화가 지체되어서 그 부작용이 표출된 상황이다. 그런 대상을 개선하고 변화시키는데 또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변화의 대상 입장에서 부담을 줄이고 시간을 벌려는 측면에서는 납득이 되지만,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변화에 대한 저항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점진적 변화의 치명적 단점


점진적 변화의 치명적 단점은, 자칫 잘못하면 점진적의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 OKR을 도입한다고 하자. 점진적 변화를 위해서 일부 회사 혹은 임원을 필두로 한 일부 계층에만 적용하며, 1년간 잉크가 스며들듯이 구성원들에게 저항 없이 확산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일 년 정도 지나 다시 한번 점진적 변화의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로 한 약속의 시간이 오면,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를 들어 점진적 변화 '시즌2'를 슬쩍 꺼내 든다. 그렇게 조직 구성원들은 변화를 위한 결심의 순간을 계속 유예받으며 조직의 변화 달성 시간은 미뤄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조직 내 변화의 대상이란 계속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결국 OKR을 도입하려고 일 년, 이년 미루는 사이, 애초에 OKR이 해결안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 변하고, 더이상 OKR도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유효기간이 다하고 만다. 그리고 조직은 또다시 변화의 소득 없이 변화 준비를 위한 무한 루프에 빠져들게 된다. 그 사이 문제들은 장롱 위 먼지 마냥 차곡차곡 쌓여가게 된다.



'점진적 변화'는 없다


과격하게 정리하면, '점진적 변화'는 없다. 변화란 결국 기존 것의 반대말이다. 헤겔의 변증법 삼단논법(正反合)을 따라도, 결국 合으로 가기 위해서 反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변화는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치 어릴 적 집에서 썩은 치아를 실로 뽑을 때처럼... 하나, 둘, 셋...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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