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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직 인력 구조의 비밀

그사조(그들이 사는 조직)의 검은 비밀

by Phd choi 최우수

각 회사의 업종별로 인력 구성의 특성이 있다. 제조업이나 제약 등 전통적인 산업은 '재직 년수가 길다', '남성 인력 비율이 높다'와 같은 양태를 보인다.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의 급여 체계가 근무 연차가 올라가면 급여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연공서열형의 비중이 높다. 연공서열 체계는 지금보다 업무가 단순 반복적이어서 숙련이 쌓이면 생산성과 업무 가치가 올라갈 때 순기능이 있다. 혹은 급격한 임금 상승이나 인센티브는 지급하지 못하지만, 그 대신 장기적으로 고용안정성을 제공하여 정년까지 보장하는 것으로 단기적 보상 효과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 환경과 고용 상황은 두 가지 모두에 맞지 않는다.


정년 기한(期限) 할부상품


A 회사는 유독 임원이 아닌 고연령, 장기 근무자가 많았다. 딱히 업의 특성이 고연령과 장기 근속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 고위 관리자급에 포진하고 있었다. 전체 직원 중 간부 이하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은 걸 봐서는 더더욱 고 연령자들이 많은 게 회사 업의 특성과 경쟁력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왜 이런 고연령 인력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고 이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도 아니여서, 영업 이익은 거의 '0(Zero)'수준으로 겨우 직원들 월급 주고 빚지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는 수준이었다.


다양한 정보와 합리적 근거로 추정해보건대, 이 회사와 상당수 고연령 직원 간에는 서로를 지켜주는 '검은 트러스트'가 있다. 즉, 서로 지켜줘야 할 비밀과 이익이 있다.

수년간 회사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해왔고, 갖은 편법을 이용하여 당연히 회사, 주주, 직원의 이익이 되어야 할 것들을 사유화해왔다.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그 업무를 수행해야 할 직원은 필요했었고, 그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회사와 소수 경영진의 검은 치부를 알게 됐다. 치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계속 이런 검은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들의 존재는 회사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


언론을 통해 보면 이와 같은 가신그룹의 전횡과 서로 이익 지켜주기는 기업의 크기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지만, 능력 있는 회사들은 일시불(?)로 지급하고 끝내거나 회사 밖에서 자리를 마련하여 조용히 퇴직 이후를 봐주곤 하지만, A회사는 그럴 능력과 의지조차 없기에 회사 안에서 켜켜이 고인물들을 쌓아두고, 정년 기간만큼 할부로 갚아주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직에겐 마이너스


이런 일에서조차 대기업의 방법이 더 상수(上手)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참 씁쓸하다.

최소한 대기업은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러한 오염된 고인물들을 조직 밖으로 내보내서 기존 조직에 주는 악영향을 그나마 차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A회사는 정년기한 할부를 통해서 고인물들을 조직에 오래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새로운 인력의 수혈과 순환을 방해했고, 조직의 변화도 가로막아 왔다.


그렇다고 아무나 이런 고인물이 될 자격과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고인물의 자격은 당연히 실무자 시절에 하얀 밤을 새우며 근면 성실하게 회사를 위한 헌신보다는, 극소수의 권력자들의 검은 업무와 부당한 애로를 해결해주는 집사 역할에 능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직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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