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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Sep 27. 2022

조직이 나에게 원하는 것

새로운 조직에 합류한 사람 중심으로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서구를 중심으로 SNS에 유행이란다. 정해진 근무 시간 내 최소한의 일만 하는 것 정도로, 워라밸보다 훨씬 개인 쪽으로 진화된 개념으로 보인다. 사실 말을 참 잘 만들긴 했지만, 조용한 퇴직이든 월급 루팡이든 이러한 가치와 행태를 보이는 구성원들은 최소한 23년-내가 회사 다닌 기간-동안 내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집단을 이뤄 일을 하는 조직에서 입사 면접 시의 굳은 의지와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적잖은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난 가끔 면접을 보고 나서 합격, 불합격을 고민하는 면접관에게 "오늘 면접 때 보여준 모습이 후보자의 최고 모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지금 모습으로도 확신이 안 드시면 채용 안 하시는 게 맞습니다."라고 말한다.



 

조직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조직 내에서 찾는 건 매우 어렵다. 흔히 Job description이니 R&R (Role & Responsibility)과 같은 용어들이 이와 유사한 것들이지만, 이 또한 표준화된 답이어서 개인별 차이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 결과는 이렇다.




 첫째, 현상 유지를 원한다. 기존의 성취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기존에 있던 일, 전임자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엄청난 순간 가속력을 자랑하는 100m 달리기 선수도 일단 출발선에 서는 것처럼, 모든 변화의 기본은 현상 유지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기존 논문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일단 현재까지의 선행 연구의 이론과 성과들을 탄탄히 다지고 새로운 연구 과제 탐색을 시도하기 위함인 것 처럼, 현상 유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이다.



 

둘째, 평화롭길 바란다. 인간 세상 속 어떤 사람이 시끄러운 걸 좋아하겠는가만 은, 조직도 아무리 엄청난 인재를 채용하여 부푼 기대를 안고 자리에 앉혔다 해도, 출근 한 첫날부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큰소리가 나고 주변 사람들과 불협화음과 노이즈를 발생시킨다면, 한 번쯤 채용 판단에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의 원인이 조직과 기존 구성원인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인데, 그걸 순순히 인지하고 인정하는 조직은 매우 드물다. 마치 자신의 몸에 큰 병이 났음을 눈으로 확인한 환자들의 첫 반응이 "자신의 병에 대한 부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셋째, 그러함에도 뭔가 변화가 있길 바란다. 인재를 영입해서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꿈꾸는 조직은 없다. 조직과 상황별로 약간의 시간차가 있을 뿐 모든 조직 경영관리의 ROI(Return of Investment)와 같은 개념을 인재 영입에도 어김없이 들이댄다. 그 ROI의 압박을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당연히 인재 본인이다.  높아진 압박 스트레스가 두 번째 언급한 평화를 깨트리는 주요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균형 감각이다. 첫째부터 셋째까지 항목을 보면서 약간 상호 충돌적인 구석이 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처음 온 조직의 텃새와 낯섦 그리고 의심까지 가득한 상황에서 구성원 마음속 얼음을 녹이고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정해진 시간 내 이식하여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그러함에도 결국 결과 우선주의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욱 신의 한 수와 같은 균형감이 요구된다.  자동차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 차가 고장 나겠지만-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마치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신묘한 한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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