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하기 일이 2보다 커지는 비밀
벌써 20년 전,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다. 그 당시 한국 축구 실력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5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아시아에서의 축구 경쟁력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히딩크라는 직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팀 감독으로 대패의 치욕을 안겼던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히딩크도 팀을 맡은 초반에는 "대략 난감" 했던 것 같다. 4년 전에 상대팀 감독으로서 분석했던 수준보다 더욱 초라한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축구 여러 승리 요소 중 개인기는 그 당시 축구의 톱클래스라는 유럽리그 진출 선수가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매우 낮은 상태였다. 하지만, 월드컵까지 기간은 일 년 남짓인 상황에서 유소년 시기부터 갈고닦아져야 할 선수 개인 기량을 단기간 내에 향상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히딩크는 이런 상황에서 향상 가능한 개인 역량으로 꼽은 것이 체력이었다. 한국 선수 특유의 상명하복과 국가대표로서의 근면성실을 이용하여 단기간 내 체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나머지 전략, 전술은 타 팀과 비교했을 때도 소화능력은 부족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역량으로 대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직 내에서 아무리 좋은 전략과 실행 계획, 리더십이 있어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의 개인기, 역량이 있어야 한다. 축구가 결국 공격수와 수비수 일대일 상황이 중요한 것처럼, 업무를 수행함에 아무리 거대한 프로젝트도 결국 개인별 책상에서 어떻게 성과물들이 산출되고 그 산출물이 어떻게 합쳐지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시간 측면에서도 각 담당자가 정해진 일정대로 자신의 업무를 해결해 줘야만, 전체 일정과 타인 혹은 타 부서와의 원활한 협업도 가능해진다.
좋은 리더십도 개인 역량에 좌우된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 완벽한 전략을 가지고 그라운드 밖에서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며 지휘를 해도 필드 안 선수들이 이를 따라와 주지 못한다면 결국 작전판 위의 실행되지 않은 계획일 뿐이다.
이렇게 중요한 개인 역량 수준이 조직의 그늘과 사각지대에 가려 정확히 확인되지 않거나,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는 구성원의 인적 역량을 커버하기 위해서 인력을 더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대기업,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인력이 넘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으므로 이젠 개인 역량의 정확한 평가와 향상이 더욱 중요 해졌다.
그러면 팀워크나 전술로 부족한 개인기를 채울 순 없을까?
좋은 전술과 팀워크도 만능은 아니다. 즉, 개인 역량과 태도에 따라서 활용할 수 있는 전술과 팀워크도 제한되게 마련이다. 가령 팀원 간 소통이 부족하고 갈등관리가 잘 안 되는 조직에 무턱대고 팀 과제를 부여하면 정해진 기간 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에게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티키타카(tiqui-taca)"-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정교한 패스를 주고받는 축구 전술- 스타일의 축구를 적용하면 스페인 같은 강팀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강력한 개인 역량이 합쳐지면 단순 합 이상의 시너지로 선순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