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利厚生에서 EEM(Employee Experience Mgt.)으로
회사에 탕비실이 있다. 특별할 것도 없이 커피 머신, 얼음 나오는 냉온수기, 냉장고, 싱크대와 테이블 7~8개 정도의 평범한 휴게 장소다. 그런데 테이블 중 한두 개를 빼고는 테이블 대부분이 아래 지지대와 상판의 연결 볼트가 헐거워져서 상판이 흔들거렸고, 대화 중 음료를 올려놓기에도 매우 불안한, 자칫 모르고 짚기라도 하면 뒤집어지고 넘어질 위험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몇몇 직원은 흔들거리는 테이블을 피해서 앉았다고 한다. 즉, 직원 휴게 공간의 경험의 질을 그 작은 볼트 하나가 저하시키고 있었다.
복리후생이란 말을 한자로 적으면 복되고 이로우며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정도의 뜻이 될 것 같다. 그 어디에도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뜻은 없고 왠지 안 해줘도 되는 것을 조직이 구성원에게 선심 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복리후생이란 말만 나오면 최대한 줄이려 하고 소극적으로 변하는가 보다. 예전에 지금보다 덜 풍족하고 개인의 삶의 질이 회사에 더 많이 종속되어 있었을 때는 회사의 복리후생이란 말의 정의가 맞았고 직원들의 요구도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쓰면서도 그 제품 자체의 효용뿐만 아니라 브랜드, 타인의 시선 심지어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까지 따져가며 소비하는, 소위 "가치 소비의 시대"이다. 즉 단순히 물건과 재화만 보고 소비하지 않는다.
그만큼 조직이 과거의 복리후생의 범주로서 제공하는 이익들이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조직에 대한 만족도 제고도 제한적이다. 자칫 옛 복리후생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조직은 비용을 들여 직원들에게 제공했으나 정작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는 "주는 사람은 있는데 받는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진다. 또한 복리후생이란 말에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동기부여의 의미도 거의 없어 보인다.
차라리 "직원 경험 관리(Employee Experience Mgt.)"라 칭하고 개념을 재정립하면 어떨까? 그렇게 접근하면 제공 아이템의 개념과 범주도 달라져서 새로운 아이템 발굴도 쉬어지고, 비용 대비 효과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직원 경험 관리의 목적도 단순히 구성원의 복을 더하고 이익을 늘려 삶을 풍족하는 것이 아닌, 직원의 경험을 관리하여 그들이 좀 더 업무에 몰입하고 자신의 일과 조직에 대해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조직문화로 자리 잡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