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게 이기는거다
자녀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전 소위 '뺑뺑이'로 진학을 결정했던 것 같고, 일반계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제겐 어느 고등학교로 가는 것은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학교가 배정되면 3년 동안 다니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거리, 행정구역, 학군 심지어는 대입 전형의 유불리까지 따져서 대학교처럼 많은 선택지는 아니지만 집 주변 몇몇 학교를 지망까지 구분하면서 지원을 합니다.
집 주변 통학이 가능한 두 개 학교가 있는데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학교와 부모가 원하는 학교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지 그저 경험 통계에 따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승자는 자식인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 가졌던 이상적인 부모의 착각 중 하나가, 진로처럼 뭔가 선택이 필요한 일은 잘 설명하고 설득하면 부모의 기준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아이가 따라 줄 거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철이 들고 자신의 호불호가 생기는 나이가 되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적었습니다.
즉, 설명, 설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자식 일인데 부모로서 설명과 설득의 정성과 의지가 부족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에서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는 부모자식 관계와는 전혀 다르지만, 뭔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들이 결정과 선택을 함에 있어 서로 상충된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부모자식 관계보다 이해타산적이고 관계의 깊이와 강도가 낮은 조직 내 리더와 구성원 간의 의견 조율을 위한 설명과 설득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최근에 피드백, 성과면담 관련된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 내용과 강사는 매우 훌륭해서 흠잡을 데 없었고 다들 교육 내용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같이 교육을 들었던 대부분의 임원들은 마치 SF영화를 보면서 감독에게 영화의 허구성과 상상력을 따지지 않고 그저 비현실성을 종특으로 인정하고 영화를 즐기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그 교육을 들었습니다.
즉,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는 것이지요.
자식도 설명과 설득으로 부모의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과연 구성원(부하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 小보다는 大를 위해서 혹은 리더 본인을 위해서 설득과 설명을 포기해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