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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Feb 10. 2024

나는 성직자가 아니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법적인 기업 분류기준과 별개로 내가 체험하고 판단한 바에 따른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대기업이나 좀 더 훌륭한 기업들에 비해 인력과 조직문화 수준이 낮다.

기준은 학력, 경력, 태도, 직업관, 학습과 성장 의지 등이다.


요즘 리더의 덕목으로 많이 강조되는 태도와 성향의 기본은 박애정신, 이해, 배려, 희생, 겸손등 매우 이타적인 것들이다.


리더에게 무조건 이해하고 배려가 강요되는 환경에서 수년을 살다 보니, 이젠 모든 게 이해 못 할 게 없다.

하지만, 그 이해하고 넘어간 대상 중에는 말도 안되고 전혀 이해 안 되는 하향 평준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아닌 담에야 증거를 가지고 확인할 길이 없기에, 그 이해의 대상과 구성원들이 자기들 편하자고 악용하는 건지 진심으로 잘 모르고 경험 없고, 주의, 집중하지 않아서 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렇게 계속 이해만 하다 보니 인간성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 성장과 학습 그리고 성취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근데 사실 인간성도 그리 좋아지지도 않고, 주변 평가도 난 죽도록 이해만 하는데 그들은 여전히 이해에 배고프다고 한다.)


하루 최소 8시간을 머물고 내가 쏟는 인지력과 집중력의 대부분을 쏟는 이곳에서 ‘와’하는 탄성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의 자극은 전혀 없다.


여전히 오타 찾고, 보고서의 형식이나 고쳐주며,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문구를 수정해주는 것이 다다.

링크드인과 같은 SNS를 통해서 접하는 조직 밖 세상은 참으로 크고 빠르게 변하는 걸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다.


이미 십수 년 전에 대기업 주니어 시절에 경험했던, 과거의 경험과 지혜로 현재를 먹고 산다고 하지만, 이미 죽어서 화석이 된 것들이니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과 제자리 걸음에 대한 두려움에 맘이 무겁다.


지인은 ‘꿀보직’이라고 위로하지만 미래를 위한 축적이 없는 꿀은 진정한 꿀이 아니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미래의 활용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특히나 나 같은 경영지원 업무는 소속된 조직의 색깔이 나의 경험과 지식, 역량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니 더욱더.


그렇다고 내가 하는 직무를 넘어서서 드라마에서 나오는 ‘~기획실장님’의 역할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뭔가 해내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쉽다.


나는 모든 죄를 사하여 주고 무조건 포용하는 성직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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