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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13. 2022

상대방 기분 맞추다 일 못한다

'적당히 알아서 잘'의 美學

 배우 류승범과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 '부당거래'를 보면 부조리한 검사 역의 류승범이 아래와 같은 대사를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이 대사는 많이들 비유 소재등으로 활용되어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지만, 더욱 현실에 가까운 뼈때리는 말은 이어지는 '상대방 기분 맞춰 주다보면 우리 일 못한다고...' 이다.


 


 '적당히 알아서 잘'의 의미

 

 조직에서 우스개스러운 표현이지만 꽤 무거운 진실성 멘트가 '적당히 알아서 잘'이다. 정말 다중적이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서 매우 헷갈리는 말이다. 적당히는 너무 잘할려고 시간, 자원 쓰는 것도 경계 해야지만 성과는 확실해야 하며, 알아서는 권한 위임을 하여 자율권을 주면서도 그 위임의 선을 알아서 넘지 말라는 의미도 있는거 같다. 잘은 적당히 알아서 잘의 모호함과 애매함의 절정을 찍는데, 그야말로 '잘' 하란 거다. 우리가 잘못된 결과를 앞에 두고 하는 '잘 좀 하지 그랬어'와 같이 '잘'은 해석의 주관성이 매우 넓다.




 요즘 임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 조용한 퇴직 등으로 대표되는 조직 분위기상 저자가 처음 조직 생활을 시작하던 21세기 초와 같은 권위적인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령 반말을 한다든지(야, 너~)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행위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임원으로서 업무 성과를 내는 것 외에 신경 쓸 일도 많다. 요즘 상사는 보스이던 시대는 이미 끝났고, 리더의 시대도 지나가고, 이젠 코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점점 직접적이고 강제하는 리딩 수단은 사용하기 어려워졌지만 성과를 내야하는 목표는 여전하고 오히려 환경이나 조건은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그러다 조직 내에서 큰소리가 나거나, 불만 가진 퇴직자라도 한명 발생하게 되면 곧바로 리더의 상위자로부터 '적당히 알아서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 떨어진다. 예전 군대 시절, 대대장이 사단의 소원수리(다면평가 같은거)를 받아서 부대원으로부터 폭력신고를 받은 소대장에게 폭력 보다 더 무능한 것은 그 사실을 부대원들이 신고하게 만드는 리더십이라고 했던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90년 군대 시절이니 지금과는 많이 다르리라.

 어쨋든 윗 사례를 해석해보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목표는 달성하되, 갈등과 문제를 외부로 노출시키진 말라는 정도로 이해될 것 같다.



 '적당히 알아서 잘'해서 무엇을 잡을 것인가?


 사실 임원으로서 구성원들 기분 맞춰주고 업무 스트레스 안 주는 행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면 된다. 그런데, 매년 계약하는 임원들에게 그런 휴양지 오후 햇살 같은 여유가 가당키나 할까?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 직원을 잘 챙기고 조직분위기 좋게 하느라 그랬다고 변명하면 조직은 이해하고 지지해줄까? 20여년 직장생활의 경험을 보건대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다.


 상사 선호도 조사를 해보면 친절하고 능력있고 성과도 잘 내는 영화 주인공 같은 임원을 구성원들은 궁극적으로 원하지만, 만약 그게 안된다면 능력있고 성과 낼 줄 아는 임원을 차선책으로 선호하게 마련이다.

 결국 '적당히 알아서 잘'해서 성과부터 내고 난 후에 구성원들 기분 맞추는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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